
깊이 위상을 이용한 한반도 해역지진의 진원 깊이 결정
초록
진원에서 출발한 지진파가 지표면 하부에서 반사되어 생성된 깊이 위상은 원거리 지진의 진원 깊이 추정에 널리 활용되어 왔다. 깊이 위상 중에서 sPg와 sPmP는 근거리인 약 70-250 km의 거리에서도 뚜렷이 관찰되며, 진원에서 직접 전파한 기준 위상 Pg나 모호면에서 반사된 기준 위상 PmP와 깊이 위상과의 주시 차이가 지진의 진원 깊이에 비례하는 특성이 있다. 본 연구에서는 근거리에서 관측된 깊이 위상 sPg 또는 sPmP를 이용해 한반도 인근 해역에서 2001년부터 2024년까지 발생한 규모 3.5 이상 지진의 진원 깊이를 결정하였다. 입자 운동에 기반한 특성함수를 활용하여 지진 파형에서 깊이 위상을 식별하고, 합성 지진 파형과의 비교를 통해 35개 지진의 진원 깊이를 결정하였다. 또한 진원 깊이가 비교적 정확히 결정된 내륙 지진을 대상으로 검증을 수행하여, 깊이 위상을 통한 깊이 결정 방법의 신뢰도를 확인하였다. 기준 위상과 깊이 위상의 주시 차이와 진원 깊이 사이의 경험적 관계식을 도출하였으며, 이를 통해 합성 파형과 직접 비교하지 않고도 진원 깊이를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추정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Abstract
Depth phases, produced when seismic waves travel upward from the hypocenter and reflect off the free surface, have been widely used to estimate the focal depth of teleseismic earthquakes. Among depth phases, sPg and sPmP are clearly observed even at local distances of approximately 70-250 km. The travel-time differences between the depth phases and the reference phases Pg, which propagates directly from the hypocenter, or PmP, which is reflected at the Moho, are proportional to focal depth. In this study, we determined the focal depths of earthquakes with local magnitudes 3.5 or greater that occurred offshore near the Korean Peninsula between 2001 and 2024, using the depth phases sPg or sPmP observed at local distances. Depth phases were identified in seismic waveforms using a characteristic function based on particle motion analysis, and the focal depths of 35 earthquakes were determined through comparison with synthetic seismograms. The reliability of focal depths determined using depth phases was validated using inland earthquakes with well-constrained focal depths. Empirical relationships between the travel-time differences of the reference and depth phases and focal depth were derived. These relationships are expected to suggest that enable rapid and robust focal depth estimation may be possible without direct comparison to synthetic waveforms.
Keywords:
focal depth, earthquake, offshore earthquake, depth phase, earthquake location키워드:
진원 깊이, 지진, 해역 지진, 깊이 위상, 진원 결정1. 서 론
지진의 진원 위치를 결정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지진 분석 절차이며, 일반적으로 여러 지진관측소에서 탐지된 지진파 도달시간을 이용한다. 그런데 이는 본질적으로 수학적으로 비선형적이고 해의 불확실성이 높은 문제이며, 특히 진원 깊이는 진앙에 비해 정확한 결정이 더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Gomberg et al., 1990).
지진파 주시에 기반한 선형화 역산 방식의 진원 요소 결정법과 더불어 지진 파형 모사를 이용한 모멘트 텐서 역산도 진원 깊이 결정에 활용되어 왔다(Barth et al., 2007; Kim et al., 2010). 하지만 모멘트 텐서 역산은 주로 0.1 Hz 이하의 저주파수 합성 지진파를 사용하며, 1.0 Hz 정도의 고주파수 대역 지진파 모사에는 많은 양의 연산과 고해상도의 3차원 속도 모델이 요구된다(Song et al., 2022).
깊이 위상(depth phase)은 진원에서 방출된 지진파 중에서 지표 방향으로 전파되어 지표면 하부에서 반사된 위상으로, 관측소까지 직접 전파된 기준 위상(reference phase)과 도달시간의 차이를 가진다. 기준 위상과 깊이 위상의 전파경로 차이는 대부분 진원 근처에서 나타나므로, 이 두 위상의 주시 차이는 진원 깊이에 의존적이고 진앙 거리와는 독립적인 특징을 갖기 때문에 진원 깊이를 추정하는 데 효과적이다(Stein and Wiens, 1986; Ma, 2010; Craig, 2019).
대표적인 깊이 위상인 pP 또는 sP 위상은 원거리 지진의 진원 깊이 결정에 오랫동안 활용되어 왔다(Goldstein and Dodge, 1999; Letort et al., 2015, 2018; Craig, 2019; Fang and van der Hilst, 2019). 또한 관측망 밖에서 발생한 국지거리 및 지역거리 지진에도 깊이 위상은 진원 깊이 결정에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으며(Langston, 1987; Bock, 1993; Bock et al., 1996; Bent and Perry, 2002; Kim, W.Y. et al., 2006, 2022; Ma and Atkinson, 2006; Gamage et al., 2009; Kim, Y.H. et al., 2017; He et al., 2019; Yuan et al., 2020),속도 모델 불확실성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것으로 평가되었다(Ma, 2010).
본 연구에서는 한반도 인근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3.5 이상 지진의 진원 깊이를 깊이 위상을 이용해 결정하였다. 지진파 입자운동을 이용한 특성함수를 개발하여 깊이 위상을 식별하였으며, 관측된 지진 파형과 합성 파형의 깊이 위상을 비교하여 35개 지진의 진원 깊이를 결정하였다. 또한 이를 기반으로 기준 위상에 대한 깊이 위상의 주시 차이와 진원 깊이 사이의 경험적 관계식을 도출하였다.
2. 자료 및 연구 방법
2.1. 연구 대상 및 자료
본 연구에서는 기상청 지진목록으로부터 2001년에서 2024년까지 한반도 인근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3.5 이상 지진 중에서 깊이 위상 sPg 또는 sPmP를 식별할 수 있었던 35개 지진을 연구 대상으로 선정하였다(그림 1). 깊이 위상은 직접파(P, S)에 비해 진원 깊이에 따른 도달 시간의 의존성이 매우 크고, 굴절, 산란된 다양한 위상의 간섭을 받기 때문에 자료 선별 단계에서 신호대 잡음비와 같은 단순한 정량적인 지표를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진앙거리 250 km 이내에서 기록된 파형들을 육안으로 검토하여, 최소 1개 이상의 지진 자료에서 깊이 위상이 명확히 확인된 35개 지진을 선별하였다. 이때 총 127개 지진 파형에서 깊이 위상을 식별하였다. 연구 대상 지진 중 약 63%는 규모 4.0 미만이었으며, 2014년 3월 31일 서해에서 발생한 규모 5.1 지진이 최대 규모였다. 규모 4.0 이상의 해역 지진은 기상청 지진속보 발표 대상에 해당할 만큼 중요한 사건임에도, 본 연구에서 검토한 지진 중 일부는 진원 깊이가 아직 보고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
(a) Epicenter distribution of offshore earthquakes with local magnitudes ≥ 3.5 around the Korean Peninsula (2001–2024) used in this study. (b) Histogram of earthquake magnitudes. (c) Distribution of minimum epicentral distances to the nearest seismic station.
Sheen et al. (2026)은 지진파 도달시간을 이용한 일반적인 진원 결정에서 관측소 분포가 진원 깊이 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평가하고, 진원 깊이 오차를 5 km 이내로 줄이기 위한 관측소 분포 조건을 도출하였다. 이 조건을 연구 대상 지진에 적용했을 때, 모든 지진이 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였으며, 이러한 제약으로 인해 여러 해역 지진의 진원 깊이를 결정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본 연구에서는 기상청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운영하는 지진관측소의 100 Hz 광대역 속도계와 단주기 속도계 지진자료에서 깊이 위상을 식별하였으며, 진원에서 직접 전파한 기준 위상의 도달시간 결정을 위해 심층학습 기반의 지진파 위상발췌 기술(Hong et al., 2023)을 활용하였다.
2.2. 깊이 위상의 식별
진원에서 방출된 지진파는 다양한 경로를 거쳐 관측소로 전파되며 각기 다른 도달시간을 가진다. 진원에서 직접 전파된 P파가 도달한 뒤 S파가 도달하기 전 시간에는 지구 내부의 다양한 구조 및 불연속면 등에서 반사, 굴절, 산란된 다양한 위상(P coda)들이 복잡한 전파경로를 거쳐 기록된다. 이 가운데에는 진원에서 지표 방향으로 출발한 지진파가 지표면 하부에서 반사된 깊이 위상이 존재한다(그림 2). 수 100 km 이내의 거리에서 잘 발달하는 깊이 위상에는 sPg, sPmP, sPn 등이 있다(Ma and Atkinson, 2006). sPg는 S파가 지표면 하부에서 P파로 변환되어 P파의 형태로 전파된 위상으로 약 40-150 km 정도의 비교적 근거리에서 잘 관찰되며, sPmP는 모호면에서 한 번 더 반사되어 전파된 위상으로 약 100 km 거리에서부터 관찰된다. 거리가 더 멀어지면 sPg와 sPmP는 서로 중첩되어 식별이 어렵고, 약 200 km 거리부터는 sPmP가 우세하게 관찰된다. 선두파인 Pn파가 먼저 도착하는 교차거리 이후(약 150 km)에는 pPn이나 sPn과 같은 모호면 선두파의 전파경로를 가진 깊이 위상도 관찰된다.
Ray paths of the reference phase and depth phase. The difference in propagation paths between the reference phase and depth phase is mostly due to differences in the path near the hypocenter.
P파나 S파보다 신호대 잡음비가 낮은 깊이 위상을 P co-da에 섞인 여러 위상들 중에서 식별하는 것은 많은 경험을 필요로 한다. 본 연구에서는 지진파 위상의 고유한 입자 운동을 나타내는 분극 특성을 정량화시킨 특성함수를 개발하여 위상 식별에 활용하였다.
P파의 입자 운동은 방사 성분과 수직 성분에서, S파는 주로 전단 성분에서 잘 관찰된다. 본 연구에서 해역 지진의 진원 깊이 결정에 활용한 깊이 위상 sPg와 sPmP는 진원에서 지표면 방향으로 전파된 S파가 지표면 하부에서 P파로 변환되어 반사된 위상이므로, 기준 위상인 P파의 입자 운동 특성과 유사한 움직임을 가진다(Umino et al., 1995; He et al., 2019).
이러한 입자운동의 유사성을 정량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주성분 분석(principal component analysis)을 활용하였다. 주성분 분석을 통해 얻은 고유값(eigen value)을 크기에 따라 λ1,λ2,λ3로 나타냈을 때, 직선형도(rectilinearity)는 다음의 식으로 정의된다(Jurkevics, 1988).
| (1) |
직선형도가 1에 가까울수록 가장 큰 고유값(λ1)에 해당하는 방향의 운동이 우세함을 의미하며, P파는 전파 방향과 평행하게 입자를 진동시키는 종파의 특성을 가지므로 P파 위상이 도달할 때 직선형도는 증가하게 된다. 본 연구에서 사용한 sPg, sPmP와 같은 깊이 위상도 P파의 입자 운동 특성을 가지므로 높은 직선형도를 보인다. 또한 기준 위상과 깊이 위상의 전파 방향이 서로 평행하므로 두 위상의 고유 벡터(eigen vector)를 내적(dot product)하면 1에 가까운 값을 가지게 된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직선형도와 최대 고유값, 그리고 고유벡터를 깊이 위상의 식별을 돕기 위한 특성함수로 활용하였다.
원시 지진 파형에서 평균값과 선형 기울기를 제거한 뒤, 기준 위상인 P파의 도달시간은 Hong et al. (2023)의 심층학습 모델을 적용한 뒤 육안 검토를 통해 결정하였다. 이는 모델이 결정한 도달시간을 수정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PmP와 같은 다른 위상이나 원거리 지진 위상을 오탐지한 자료를 배제하여 분석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검증 과정의 일환으로 수행되었다. 주성분 분석 및 깊이 위상 식별에는 0.5-3 Hz 주파수 범위의 영위상(zero-phase) 대역 통과 필터를 적용한 자료를 사용하였다. 전체 지진 파형에 대해 0.5초 시간창을 0.1초 간격으로 이동시키며 주성분 분석을 수행하였다. 이때 시간창의 길이는 입자 운동의 특성이 충분히 발현되면서도 후속 위상에 의한 간섭을 최소화할 수 있는 범위인 0.5초를 경험적으로 선택하였으며, 특성 변화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도달시간 결정의 정밀도를 유지하기 위해 0.1초 간격으로 이동시키며 계산을 수행하였다. 특성함수는 기준 위상의 고유벡터와 각 시간창에서 계산된 고유벡터의 내적에, 해당 시간창의 직선형도와 최대 고유값을 곱하여 계산하였다.
그림 3은 본 연구에서 사용한 특성함수를 나타낸 것으로, 2015년 8월 3일 제주 서귀포시에서 발생한 규모(ML) 3.7 지진을 211 km 떨어진 YSU (백운산) 관측소에서 기록한 지진 자료를 활용하였다. 이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특성함수는 기준 위상인 PmP와 유사한 분극 특성을 가진 깊이 위상의 도달 시점에서 높은 값을 보이며, 이를 이용해 수직 성분에서 관찰되는 지진파 위상이 깊이 위상 sPmP임을 알 수 있다. 이때 깊이 위상의 식별에는 특성함수의 절대적인 크기보다 상대적인 진폭 변화를 주요하게 고려하였다. 이는 지진의 단층 기작(focal mechanism)이나 관측소의 방위각에 따라 기준 위상과 깊이 위상 사이의 진폭비가 달라질 수 있어, 단일한 임계값만으로는 깊이 위상을 확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함수는 신호대 잡음비가 낮은 지진 자료에서도 깊이 위상의 존재를 효과적으로 부각시킬 수 있으므로 해역 지진의 깊이 위상 식별에 유용하게 활용되었다.
(a)~(c) Three-component seismograms (E, N, and Z). The shaded area indicates the time window of the reference P phase used to compute the characteristic function in this study. Dashed vertical lines denote the arrivals of the Sg phase. (d) Characteristic function derived from the three-component data, in which peaks correspond to the reference PmP phase and the depth phase sPmP.
2.3. 합성 지진 파형의 모사
관측된 지진 파형과의 비교를 위해 Zhu and Rivera (2002)의 파수-주파수 방법(frequency-wavenumber method)으로 합성 지진 파형을 모사하였다. 이 방법은 다층 반무한 공간으로 표현된 속도모델을 사용해 지진 파형을 모사하는 방법 중 하나로 파동 방정식의 해를 비교적 적은 양의 계산으로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본 연구에서는 Kim et al. (2011)의 3개 층으로 구성된 한반도 평균 지각 속도 모델을 100개 층으로 세분하여 지진파 속도가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층상 속도 모델을 사용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합성 지진 파형 모사에 필요한 그린함수(Green’s function)를 계산하였다(그림 4).
(a) Crustal P-wave velocity model of Kim et al. (2011) (thin line), and its smoothed version (thick line), obtained by subdividing the model into 100 layers to impose a gradual increase in velocity with depth. (b) Synthetic seismograms computed using each velocity model, aligned on the Pg arrival. The left panel shows waveforms generated using the original three-layer model, and the right panel shows waveforms generated using the smoothed gradational model.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층상 속도 모델로 얻어진 합성 지진 파형은 지각 내의 불연속면에서 반사되거나 변환된 위상들을 억제하고 지표면과 모호면에서 반사된 위상을 강조하여 깊이 위상의 식별에 유리하다(Matsumoto et al., 2025). 본 연구에서는 지진 파형의 완전한 재현보다 기준 위상과 깊이 위상의 도달 시간 차이를 비교하는 데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다중반사의 영향을 줄일 수 있도록 속도 모델을 재구성하였다. 이러한 효과는 그림 4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서는 수직 경사의 주향이동 단층을 가정하여, P파의 진폭이 가장 큰 방위각의 합성 파형을 활용하였다. 3층 지각 속도 모델로 모사한 그린함수를 이용한 합성 지진 파형은 층간 임피던스 대비가 커서 지각 내 다중 반사 위상의 진폭이 크게 나타난다. 이에 비해 속도 모델을 100개 층으로세분하여 점진적으로 속도를 증가시켜 층간 임피던스 대비를 완화시킨 속도 모델의 합성 지진 파형에서는 다중 반사 위상의 진폭이 억제되어 지표면과 모호면에서 반사된 위상이 보다 명확하게 식별된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Kim et al. (2011)의 P파와 S파 지각 속도모델을 각각 100개 층으로 세분한 모델을 사용하였으며, 진원 깊이 1-33 km 범위에서 1 km 간격으로, 진앙거리는 10-500 km 범위에서 5 km 간격으로 그린 함수를 계산하였다. 그림 4와 같이 합성 지진 파형을 모사하기 위해서는 지진의 진원 기작이 필요하다. 본 연구에서는 지진파 위상의 진폭 변화를 정밀하게 요구하는 모멘트 텐서 역산과 달리, 깊이 위상과 기준 위상의 시간차이만 고려했기 때문에 정확한 진원 기작이 필수적이지는 않았다. 진원 기작 및 관측 방위각 변화에 따른 깊이 위상의 식별 가능성과 도달 시간 변화를 검토하기 위해, 정단층, 역단층, 주향이동단층의 대표적인 진원 기작을 적용한 합성 파형 민감도 분석을 수행하였다. 이를 통해 방위각에 따른 위상별 절대 진폭의 변화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기준 위상이 명확히 식별되는 조건에서는 깊이 위상 또한 깊이 결정에 활용 가능한 수준의 상대적 진폭을 유지하며 도달 시간의 변화가 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진원 기작과 관측 방위각의 변화에 관계없이 깊이 위상의 도달시간 정보를 안정적으로 추출할 수 있음을 뒷받침한다. 따라서 진원 기작이 알려지지 않은 지진에 대해서는 Soh et al. (2018)의 한반도 응력장에 기반한 주향이동 단층 기작을 적용하였고, 선행 연구에서 진원 기작이 보고된 지진에 대해서는 해당 값을 사용해 지진 파형을 모사하였다. 진원 시간 함수로는 지속시간이 0.5초인 삼각형 함수를 사용하였다.
2.4. 진원 깊이 결정
2016년 9월 12일 규모 5.8 경주 지진의 규모 5.1 전진 자료를 사용해 깊이 위상 식별과 이를 이용한 깊이 결정 과정을 설명하고, 본 연구에서 사용한 깊이 결정 결과의 유효성을 검증하였다. 이 지진은 여러 선행 연구를 통해 진원 깊이가 비교적 정확하게 결정되었으며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 중에서 비교적 큰 규모의 지진이었기 때문에 지진 파형에서 깊이 위상의 식별이 비교적 용이하였다.
그림 5는 관측된 지진 파형과 깊이 위상의 식별이 용이했던 네 관측소의 지진 파형과 특성함수를 함께 도시하여 진원 깊이 결정 과정을 나타낸 것이다. 특성 함수의 계산에는 3성분 지진자료가 사용되었지만 그림에는 깊이 위상이 잘 나타나는 수직성분만 도시하였다. 이 그림에 제시된 특성 함수의 계산에는 0.3-3 Hz의 영위상 대역 통과 필터를 사용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분석 대상인 35개 지진의 신호대 잡음비를 고려하여, 기준 위상과 깊이 위상의 식별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0.1-5.0 Hz 대역 내에서 대역통과 필터를 가변적으로 적용하였다.
(a) Seismograms of the ML 5.1 foreshock of the 2016 Gyeongju earthquake, aligned on the Pg arrival. The sPg phase is observed at an approximately constant time offset after Pg. (b) Vertical-component waveforms and their characteristic functions for four selected stations. (c) Comparison of observed and synthetic waveforms at four stations, illustrating the focal depth estimation procedure. Thick and thin lines represent observed and synthetic waveforms, respectively.
관측소별 진앙거리가 서로 달랐음에도, 기준 위상인 P파가 도달한 다음 4-5초 뒤에 특성함수의 진폭이 급격히 증가하여 깊이 위상 sPg를 비교적 명확하게 식별할 수 있었다(그림 5b). 다양한 진원 깊이를 가정하여 각 관측 거리에 따른 합성 지진 파형을 계산하였으며, 기준 위상과 깊이 위상의 도달 시간이 관측 파형과 가장 잘 일치하는 깊이를 진원 깊이로 결정하였다(그림 5c).
Umino et al. (1995)에서는 여러 관측소에서 추정된 진원 깊이의 평균값을 해당 지진의 진원 깊이로 채택하였으나, 본 연구에서는 중앙값을 사용하였다. 그림 5에 제시한 경주 지진의 진원 깊이는 네 관측소에서 추정된 진원 깊이의 중앙값인 15 km로 결정하였으며, 선행 연구에서 보고된 진원 깊이 14-15 km와 잘 일치한다(표 1).

Comparison of focal depths determined in this study using depth phases with those from previous studies.
이러한 분석 과정을 국내의 다른 주요 지진 사례들(2007년 규모 4.8 오대산 지진, 2020년 규모 3.1 해남 지진, 2024년 규모 4.8 부안 지진)에 동일하게 적용하여 본 연구 방법론의 신뢰도를 검증하였다. 다양한 규모와 발생 지역을 가진 지진들에 대해 깊이 위상을 이용해 결정한 진원 깊이는 선행 연구들의 결과와 매우 잘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표 1). 이는 본 연구에서 제안한 특성함수 기반의 위상 식별이 안정적인 진원 깊이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3. 연구 결과
3.1. 깊이 위상 식별 및 진원 깊이 결정
본 연구에서는 2001년부터 2024년까지 한반도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ML) 3.5 이상의 지진 중에서 깊이 위상이 식별된 35개 지진을 선별하여, 앞서 설명한 특성함수를 활용해 지진의 진원 깊이를 결정하였다(그림 1과 표 2). 신호대 잡음비가 낮아 위상 식별이 어려운 자료들 중에서도 깊이 위상이 하나 이상 식별된 지진을 대상으로 합성 지진 파형과 관측 자료를 비교하여 지진의 깊이를 추정하였다. 둘 이상의 관측소에서 진원 깊이가 추정된 지진은 중앙값을 진원 깊이로 채택하였으며, 중앙절대편차를 함께 제시하였다. 3차원 속도모델을 기반으로 모멘트 텐서 역산을 수행한 Song et al. (2022)에서 보고한 지진의 진원 깊이와 비교했을 때 3.4±2.3 km 정도의 차이를, 기상청 지진 목록과는 4.7±3.2 km 정도의 차이를 보였다.
여기서는 본 연구에서 선정한 35개 지진 중에서 Song et al. (2022)과 진원 깊이 차이가 큰 3개 지진(EV06, EV13, EV20)과 기상청 목록에서 진원 깊이가 30 km 이상으로 보고된 EV34 지진의 진원 깊이 결정 과정을 상세히 제시하였다(그림 6, 7).
Seismograms of four events (EV06, EV13, EV20, and EV34), arranged by epicentral distance and aligned on the Pg or PmP arrival.
Comparison of observed and synthetic waveforms for four events shown in Figure 6. (a and b) EV06, (c and d) EV13, (e and f) EV20, and (g and h) EV34. Thick and thin lines represent observed and synthetic waveforms, respectively.
EV06은 울진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기상청 목록에는 진원 깊이가 보고되지 않았지만, Song et al. (2022)은 진원 깊이를 3.54 km로 매우 얕게 결정하였다. 그림 6a에 제시된 지진 파형으로부터 약 100-200 km 거리에서 기준 위상인 Pg 파 이후 3초 정도의 시간 간격을 두고 깊이 위상 sPg을 관찰할 수 있다. 그림 7a, 7b에서처럼 관측 자료와 합성 지진 파형을 비교했을 때, 이 지진의 진원 깊이는 11.5 km로추정된다.
백령도 해역에서 2013년 5월에 다수의 지진이 연속하여 발생하였으며, 기상청 목록에는 규모 3.5 이상인 4개 지진의 진원 깊이가 11-12 km로 보고되었다. Son et al. (2015)는 Lg파의 상호상관을 이용해 백령도 해역에서 발생한 이 연속지진 중에서 55개의 지진의 진앙을 이중차분법을 사용해 재결정하였지만 진원 깊이를 결정하지는 않았다. Song et al. (2022)은 모멘트 텐서 역산법으로 이 지진들의 진원 깊이가 6-8 km에 분포하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EV12를 포함한 백령도 해역의 연속지진은 진앙에서 가까운 대청도(DACB), 백령도(BAR) 관측소를 제외하면 100 km 이상 떨어진 지점의 자료만 가용했으며, 200 km 떨어진 지진 파형에서 Pn파 도달 이후 PmP와 sPmP 위상을 관찰할 수 있었다(그림 6b). 합성 파형의 진원 깊이가 11-12 km일 때 관측 파형에 나타난 깊이 위상과 가장 잘 일치하였으며(그림 7c, 7d), 진원 깊이는 11.5 km로 결정되었으며 이는 기상청 목록에 기재된 깊이와 유사하였다. EV13의 전진과 여진에 해당하는 EV12, EV14, EV15도 비슷한 진원 깊이를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표 2).
2014년 9월 24일 울산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3.8의 지진(EV20)은 EV06과 마찬가지로 Song et al. (2022)에서 진원 깊이를 2.6 km로 결정하여 매우 얕은 깊이에서 발생한 것으로 해석되었다. 그림 6c에 제시된 지진 파형에서 기준 위상인 Pg와 약 3초 간격의 주시차이를 보이는 깊이 위상 sPg가 관찰되었다. MKL, DAG2 관측소를 포함한 9곳의 관측 파형을 합성 파형과 비교하였을 때, 9-12 km 에서 가장 잘 일치하였으며 진원 깊이는 중앙값인 10.5 km로 결정하였다(그림 7e, 7f).
2023년 5월 14일 동해시 인근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4.5 지진(EV34)의 진원 깊이가 기상청 목록에는 31 km로 제시되었다. 비슷한 위치에서 한 달 전에 발생한 지진(EV33)을 비롯해 2019년 4월 19일 규모 4.3의 지진(EV27)도 진원 깊이가 30 km 이상인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하지만 Song et al. (2022)은 EV27의 진원 깊이를 18.55 km로 결정하여 서로 큰 차이를 보였다. 그림 6d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100-150 km의 진앙거리에서 기준 위상 Pg와 약 6초의 시간 지연을 보이는 깊이 위상 sPg를 확인할 수 있으며, 그림 7g, 7h과 같이 관측 파형과 합성 지진 파형의 비교를 통해 진원 깊이를 결정하였다. EV34의 진원 깊이 결정에는 NAMB, IJA2를 비롯한 6개의 관측소에 기록된 지진 파형을 사용했으며, 중앙값인 21 km로 깊이를 결정하였으며 이는 Song et al. (2022)의 결과와 유사하다.
4. 토 의
4.1. 속도 모델 의존성 검토
지진파 주시를 이용한 진원 결정은 속도 모델에 의존적이며, 진원 깊이는 진원시와 상충 관계에 있기 때문에 속도 모델의 선택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Gomberg et al., 1990). 이에 비해 깊이 위상을 이용한 진원 깊이 결정에서는 지각 속도의 10% 변화가 10~15% 정도의 깊이 오차를 유발하는 것으로 평가되었다(Ma, 2010). 진원 깊이 12 km인 지진의 경우 이는 약 1.8 km의 깊이 오차에 해당하며, 표 2에 제시된 방법 간 차이보다 작은 수준이다. 따라서 깊이 위상을 이용한 방법은 속도 모델의 불확실성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다고 할 수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전 세계 평균 속도 모델인 IASP91 (Kennett and Engdahl, 1991)과 한반도 평균 속도 모델(Kim et al., 2011)을 각각 사용하였을 때 나타나는 기준 위상과 깊이 위상의 주시 차이를 비교하였다(그림 8). 속도 모델 간 차이가 깊이 위상 주시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진원 깊이 15와 20 km, 진앙거리 80-200 km 범위에서 두 속도 모델을 이용해 합성 지진 파형을 모사하여 기준 위상 Pg, PmP와 깊이 위상 sPg, sPmP의 주시 차이를 측정하였다. 두 속도 모델 간 주시 차이는 진원 깊이에 따라 최대 0.2-0.5초로 나타났으며, 이는 Ma (2010)에서 보고한 오차 범위와 부합한다. 이에 비해 진원 깊이 15 km와 20 km 일 때의 주시 차이는 1.0-1.5초 정도로, 속도 모델 간 차이보다 뚜렷하게 크게 나타났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사용한 한반도 평균 속도 모델의 불확실성이 깊이 위상을 이용한 진원 깊이 결정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며, 결과의 신뢰성은 충분히 확보된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이와 같은 민감도 분석은 1차원 수평 층상 모델의 변동성에 국한되었으며, 3차원적인 속도 변화에 의한 효과는 향후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검토될 필요가 있다.
Effect of velocity model choice on the time differences between reference and depth phases for the smoothed Korean Peninsula (black) and IASP91 (red) velocity models. (a) Smoothed velocity models. (b) Synthetic seismograms arranged by epi-central distance for a focal depth of 15 km. (c) sPg–Pg and (d) sPmP–PmP time differences as a function of epicentral distance for focal depths of 15 km (solid lines) and 20 km (dashed lines). The time differences between depth and reference phases vary by less than ~0.5 s with epicentral distance and velocity model, but are strongly sensitive to focal depth.
4.2. 기준 위상-깊이 위상 주시 차이와 진원 깊이의 경험적 관계식
Bent and Perry (2002)는 캐나다 동부 지진들을 대상으로 250-500 km 거리에서 관측된 기준 위상 Pn과 깊이 위상 sPn의 주시 차이를 이용하여 진원 깊이와의 선형적 경험식을 제시하였다. 본 연구에서도 진원 깊이가 결정된 35개 지진(127개 지진 파형)에서 측정한 Pg-sPg와 PmP-sPmP의 주시 차이가 진원 깊이와 선형 관계를 가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그림 9). 이에 선형 회귀 분석을 적용하여 다음과 같은 경험식을 도출하였다.
| (4) |
| (5) |
Empirical relationships between focal depth and the time differences between depth and reference phases derived in this study. (a) Focal depth versus sPg–Pg time difference using 98 measurements. (b) Focal depth versus sPmP–PmP time difference using 31 measurements. Solid lines show the best-fitting linear regression.
이 경험식으로 추정한 진원 깊이의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해, 2.4절에서 제시한 2016년 규모 5.1 경주 지진에 Pg-sPg의 경험식을 적용하였다. TJN 관측소에서 측정된 기준 위상 Pg와 깊이 위상 sPg의 주시 차이는 4.5초이며(그림 5), 이를 식 (4)에 대입하면 진원 깊이는 약 16 km로 추정된다. 이 값은 표 1에 제시한 선행 연구의 깊이 추정치와 약 1 km 이내의 차이를 보여, 본 경험식의 적용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따라서 이 경험식을 이용하면 합성 파형 모사 없이도 깊이 위상과 기준 위상의 주시 차이만으로 진원 깊이를 추정할 수 있으며, 관측소 분포가 제한적이거나 관측망 외부의 소규모 지진과 같이 자료가 부족한 경우에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5. 결 론
본 연구에서는 국지거리의 지진 파형에서 깊이 위상을 식별하여 2001년부터 2024년까지 한반도 인근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3.5 이상 지진의 진원 깊이를 결정하였다.
깊이 위상 sPg와 sPmP는 기준 위상인 P파와 유사한 입자 운동 특성을 가지므로, 주성분 분석을 기반으로 깊이 위상 식별을 위한 특성함수를 개발하였다. 이를 활용하여 진앙 거리 50-250 km 범위의 지진 파형에서 깊이 위상 sPg 또는 sPmP를 식별하였고, 관측 파형과 합성 파형에서 나타나는 기준 위상과 깊이 위상의 주시 차이를 비교하여 지진의 진원 깊이를 추정하였다.
본 연구에서 결정한 해역 지진의 진원 깊이는 Song et al. (2022)의 3차원 속도모델 기반 모멘트 텐서 역산 결과와 전반적으로 일치하였다. 다만 Song et al. (2022)에서 5 km 이내의 매우 얕은 깊이로 결정된 일부 지진은 본 연구에서는 11-12 km로 새롭게 결정되었으며, 기상청 목록에 30 km 이상의 진원 깊이로 보고된 지진은 Song et al. (2022)과 유사한 16-21 km로 결정되었다. 이는 깊이 위상을 이용한 방법이 관측망 외부에서 발생한 지진의 진원 깊이 결정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효과적임을 보여준다. 다만, 이러한 결과는 깊이 위상이 명확히 식별된 지진에 한정된다는 점에서 해석될 필요가 있다. 또한 본 연구에서 도출한 기준위상-깊이 위상의 주시 차이와 진원 깊이 사이의 경험식은 제한된 관측 환경에서도 합성 지진 파형과의 비교 없이 신속하고 안정적인 진원 깊이 추정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험식의 적용 가능 범위와 다양한 관측 조건에서의 통계적 성능에 대해서는 후속 연구를 통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따라서 본 방법은 향후 해역 지진이나 관측망 외부에서 발생한 지진 연구에 유용한 보조적인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Acknowledgments
이 연구는 한국기상산업기술원의 지하단층·속도구조 통합모델 갱신 및 검증(RS-2022-KM221010)의 지원으로 수행되었습니다. 본 논문의 심사 과정에서 유익하고 건설적인 의견을 주신 두 분의 심사위원과 편집위원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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