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굴 대기환경 모니터링의 지질학적 활용 사례와 연구 동향
초록
동굴 대기환경은 반폐쇄적 공간 구조로 인해 독특한 미기후(microclimate)와 동굴 내부에서의 뚜렷한 환경 구배를 형성하며, 이는 동굴 모암(parent rock) 및 동굴생성물(speleothem)의 침전·용해 반응, 지질 및 고고학적 유산 보존, 동굴생태계 형성 등 다양한 동굴내부 과정(in-cave processes)에 직접적으로 작용한다. 지난 수십 년간의 기술 발전에 이은 최근 고해상도 장기 관측자료의 축적은 동굴 대기환경 연구를 단순하고 일시적인 정성적 관찰에서 정량적 다항목 연속 관측 기반의 학문 분야로 전환시켰다. 본 논문은 해외를 중심으로 하여 동굴 대기환경 모니터링의 역사적 발전과 주요 대기환경 파라미터(기온, 상대습도, CO2, 222Rn 등)의 일반적 거동, 그리고 이를 규정하는 동굴 환기 메커니즘(cave ventilation mechanism)을 종합적으로 논평하였다. 추가적으로, 동굴 생성물을 활용한 제4기 고기후 복원, 지질재해 복원 및 예측, 지질유산의 지속가능한 관리 및 활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활용 사례를 소개하였다.
Abstract
Cave atmospheric environments, owing to their semi-enclosed spatial structure, develop a distinctive microclimate and pronounced environmental gradients within the cave. These conditions directly influence a wide range of in-cave processes, including precipitation and dissolution reactions of the parent rock and speleothems, preservation of geological and archaeological heritage, and the establishment of cave ecosystems. Over the past several decades, technological advancements, coupled with the recent accumulation of high-resolution, long-term observational datasets, have transformed cave atmosphere research from simple, sporadic qualitative observations into a quantitative discipline based on continuous multi-parameter monitoring. This paper provides a comprehensive review that primarily focusing on international studies of the historical development of cave atmospheric monitoring, the general behavior of key atmospheric parameters (e.g., temperature, relative humidity, CO2, 222Rn), and the cave ventilation mechanisms that govern them. In addition, it introduces diverse application cases, including Quaternary paleoclimate reconstruction using speleothems, reconstruction and prediction of geological hazards, and sustainable management and utilization of geoheritage.
Keywords:
cave, carbon dioxide, radon, monitoring, cave ventilation mechanism키워드:
동굴, 이산화탄소, 라돈, 모니터링, 동굴 환기 메커니즘1. 서 론
동굴은 접근성의 제약과 극한의 환경 조건(영구 암대 및 높은 상대습도)에도 불구하고, 순수 연구 분야인 동굴성인론 및 주변 지형 진화 등 다양한 제4기 지질학 관련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되어 온 중요한 지형‧지질 요소이다(Ford and Williams, 2007; Filipponi et al., 2009). 특히, 동굴은 암석 내에 형성된 반닫힌(semi-enclosed) 공간으로, 지표에서의 환경 변화가 다소 완충된 신호로 입력되지만 장기간 연속적으로 누적‧보존되기 때문에 제4기 고기후 및 고환경 변화 기록의 안정적인 저장소로 여겨진다(e.g., McDermott, 2004). 하지만 이러한 기록을 올바르게 해석하기 위해서는 동굴 내‧외부 환경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지속적으로 동굴 대기환경 모니터링의 필요성이 대두되어 왔다(e.g., Spötl et al., 2005; Hu et al., 2008; Mattey et al., 2010; Riechelmann et al., 2011; Breitenbach et al., 2015).
동굴 대기환경 모니터링은 기온, 상대습도, 이산화탄소(CO2), 라돈(222Rn) 등 주요 대기 특성요소들의 관측을 의미하며, 이를 통해 축적한 자료들은 제4기 고기후 및 고환경 복원, 지질재해 연구, 각종 지질 및 고고학적 유산 보존 등 다학제 연구 및 보존관리 정책 수립의 기반 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e.g., Fernández et al., 1986; Jo et al., 2010; Oh and Kim, 2015). 가장 초기 단계의 동굴 대기환경 모니터링은 대기 물리학적 관점에서 동굴 내부 기류의 흐름 및 방향을 이해하고(e.g., Conn, 1966), 이를 통해 천연 지하 공간에서의 대기순환을 설명하거나 연구자 진입이 불가능한 통로 너머의 공간 연결성 및 부피 등을 추정하기 위해 활용되었다(e.g., De Freitas et al., 1982). 이후 고해상도 측정기기와 자동화 기술의 발전으로 그 적용 범위는 순수 물리학적 관점을 넘어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었다.
동굴 대기환경 모니터링 결과가 가장 폭넓게 활용되고 있는 분야는 동굴생성물(speleothem)을 활용한 제4기 고기후 복원 분야를 들 수 있다. 동굴생성물은 고기후 변화를 복원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고기후 기록물(paleoclimate archive)로서, 그 과학적 가치가 지난 수십 년간 전 세계 학계에서 꾸준히 입증되어 왔다(e.g., Fleitmann et al., 2003; Wang et al., 2008; Lachniet, 2009; Jo et al., 2014). 특히, 우라늄계열 연대측정법의 발달과 함께 산소 및 탄소안정동위원소비(δ18O, δ13C) 혹은 미량원소 조성 등 다양한 프록시(proxy) 분석이 가능하다는 장점들로 인해, 동굴생성물은 온도 및 강수량 그리고 지표 식생 변화와 같은 고기후 및 고환경 변수들을 장기적으로 복원할 수 있는 유력한 기록물로 자리매김해 왔다. 하지만 동굴생성물에 보존된 프록시 기록들은 지표 환경의 변화와 함께 동굴 내 미기후 조건에 의해 매개된 결과이기 때문에, 보다 신뢰성 있는 해석을 위해서는 동굴 내부의 기온, 상대습도, CO2 농도 변화와의 연관성 등 대기환경의 다각적 이해와 설명이 요구된다(e.g., Spötl et al., 2005; Breitenbach et al., 2015). 실제로, 최근 고해상도 동굴 대기환경 모니터링 연구는 ‘동굴 환경은 다년간 일정하다’라는 현재까지의 일반적 가정을 적용함에 있어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었다(e.g., Banner et al., 2007; Oster et al., 2012; Suric et al., 2018; Lyu et al., 2020).
동굴 대기환경 모니터링은 지질재해 연구 측면에서도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동굴 내 222Rn은 지각 내 심부에서 발생하는 자연 방사성 기체로서, 동굴 대기의 급격한 222Rn 농도의 변화를 통해 지진 전조, 단층 활동, 열수 유출과 같은 동력학적 천부 지각 운동의 지표로 활용된 바 있다(e.g., Briestensky et al., 2011; Gregorič et al., 2011). 최근 국내에서도 울진군 성류굴의 222Rn 농도를 모니터링하여 급증하는 이상치를 검출하고, 이러한 급격한 농도 변화가 일본 도호쿠 지진과 연관된 것으로 해석한 바 있다(Oh and Kim, 2015). 하지만 동굴 대기 중의 222Rn 농도는 이와 같은 이벤트성 지각 내 운동 외에도 일반적인 계절적 변동성이나 동굴 환기(cave ventilation)에 의한 갑작스러운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동굴 대기환경 모니터링 자료의 장기적인 축적은 지진 등 지질재해 관련 연구로의 응용성을 제고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동굴 대기환경의 변화는 지질 및 고고학적 유산 보존과 활용 측면에서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대표적으로 동굴 대기 CO2 농도의 계절 변동은 동굴수의 탄산칼슘 포화 상태(saturation state of calcium carbonate)에 영향을 주어 동굴생성물의 형성과 용해작용에 직접적으로 연계될 뿐만 아니라(Cai et al., 2011; Duan et al., 2012), 전 세계적으로 고고문화적 가치를 인정받는 동굴 내 고대 벽화의 장기적 보존성에도 영향을 미친다(Sánchez-Moral et al., 1999; Peyraube et al., 2018).
이처럼 동굴 대기환경 모니터링의 결과는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으며, 해외에서는 전문 연구진과 연구 인프라를 기반으로 목적 지향적인 모니터링이 활발히 수행되어 과학적 진보를 이끌어왔다. 이에 반해 국내에서는 주로 법적 근거에 따른 공개동굴 환경 조사와 같이 단주기 및 단발성 데이터 확보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과학적 목적성이 결여된 단순 측정 및 보고에 머무른 한계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동굴 대기환경 연구는 점차 확장되고 있으며, 대학과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보고서와 학술논문이 발표되고 있다(e.g., Oh and Kim, 2015; Kim and Jo, 2020), 더 나아가 최근에는 석회암동굴과 용암동굴에서 장기 고해상도 모니터링이 시도되는 등 연구진의 노력이 축적되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향후 국내 동굴 대기환경 연구의 확장을 이끌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본 논평에서는 동굴 대기환경 모니터링의 필요성과 현재까지의 발전과정을 이해하고, 동굴 대기환경의 일반적인 특성과 그 변화 메커니즘에 대해 재정립하고자 하였다. 또한, 동굴 대기환경 모니터링 자료가 국내외적으로 활용된 분야별 사례를 소개함으로써 향후 국내 동굴 대기환경 모니터링 분야에 필요한 고려 사항들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이 논평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분포하고 있는 동굴별 대기환경의 구성요소 및 변화 메커니즘이 매우 복잡·다양할 수 있음을 고려하여 기온, 상대습도, 풍속·풍향, CO2, 222Rn, 메탄(CH4) 등 보다 보편적인 동굴 대기 요소에 중점을 두었다.
2. 동굴 대기환경 모니터링의 변천사
동굴 대기환경은 일반적으로 지표 아래 암석 내에 형성된 폐쇄적 공간으로 인식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외부환경과 지속적으로 교류하는 반닫힌 환경이다(그림 1). 그 중에서도 동굴 입구는 동굴의 전체 체적에 비해 소규모이지만 가장 주요한 내외부 대기순환의 창구이며, 이를 경계로 급격한 에너지 환경의 전환이 발생한다. 태양 복사에너지는 입구로부터 수 m 이내에서 급격히 감소하며, 입구부를 제외한 동굴 내부에서는 암흑 상태가 지속된다(e.g., Behrendt et al., 2020). 그러나 이러한 태양 복사에너지도 주변 지질 및 대기의 물질 혹은 에너지 순환을 통해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동굴의 형태는 평면도(plan view) 상에서 가지처럼 분기되거나(그림 2), 격자형, 미로형 등 다양한 구조적 패턴을 보인다. 종단면(profile view)과 횡단면(cross-section)에서는 동굴 입구를 기준으로 위나 아래로 발달하는 경사형, 여러 높이의 통로가 층을 이루는 다층형, 그리고 단면이 원형인 튜브형이나 열쇠구멍 모양의 키홀형 등으로 구분된다(Palmer, 1991; Palmer, 2007). 이러한 3차원 공간 구조는 공기의 유입과 배출 경로, 환기 패턴, 대기 특성요소의 분포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이다. 따라서 동굴 대기환경 모니터링의 시초는 이러한 동굴 통로의 형태와 공기 흐름의 연관성을 설명하려는 순수과학적 목적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Conceptual diagram illustrating the transfer of external climate signals into cave environments via speleothems (From Fairchild and Baker, 2012). Abbreviations: North Atlantic Deep Water (NADW), Southern Oscillation Index (SOI), North Atlantic Oscillation (NAO).
Cave map of Neobaeng-i Cave illustrating its overall morphological structure (From Kwon et al., 2023). (a) Projected plan view. (b) Projected profile view and passage cross-section.
동굴 대기환경에 대한 20세기 초반까지의 기록은 주로 기온 및 기류 변화 등에 관한 일시적이고 정성적인 기술에 한정되었다(e.g., Hovey, 1900; Martel, 1900). 하지만 20세기중반 이후부터는 기류, 기압, 기온, 상대습도, CO2 등에 대한 정량적 측정이 가능해지면서 동굴 내부 대기가 외부 기상 조건에 따라 시간적으로 변화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하였다. 예를 들면, Conn (1966)의 연구에서는 외부 기압 변화에 따라 동굴 내부로 공기가 유입되거나 배출되는 현상 즉, 동굴 환기 이론을 제시하였으며, 그는 이 이론을 검증하기 위한 풍속 측정 장치 개발과 풍속-기압 간의 정량적 상관 분석을 수행하였다. 이후 동굴 환기 현상을 수학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모델이 제시되었고, 실제 관측된 풍속이 이론적으로 예측된 값보다 훨씬 큰 경우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보고되었다(Wigley, 1967). 이 연구 결과는 동굴 모암(parent rock)의 다공성 등 여러 지질학적 특성을 고려해야 함을 시사하며, 동굴이 단순히 비어 있는 독립 공간이 아닌 동굴 주변과 물리적으로 상호 작용하는 복잡계임을 보여주었다.
1970년대에는 동굴 대기 중 CO2 농도와 그 기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으며, 주로 토양 내 유기물 분해에 따른 생물학적 기원의 CO2 공급과 유체에 의한 동굴 내부 유입 메커니즘에 대한 설명이 처음으로 이루어졌다(Atkinson, 1977). 이 연구 결과는 이후 동굴생성물 성장 과정과 고기후 자료 해석에서의 CO2 영향을 정량적으로 이해하는 데 이론적 기반이 되었으며(e.g., Fairchild et al., 2006), 향후 동굴 대기환경 모니터링에서 CO2 측정이 주요하게 다루어지는 근거를 마련했다.
1980년대에는 보다 명확하고 목적성이 뚜렷한 연구를 통해 동굴 대기환경에 대한 신규 발견들이 보고되기 시작하였다. 그 예로, SF6와 CCl2F2와 같은 기체 추적자(trace gas)를 이용하여 동굴 내‧외부 대기 밀도 차이에 의한 환기 메커니즘이 추가로 확인되었으며(De Freitas et al., 1982), 동굴 대기가 정체된 구간일 경우 CO2의 수직적 농도 구배가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되었다(Ek and Gewelt, 1985). 특히, 스페인 알타미라(Altamira) 동굴에서 수행된 동굴 대기환경 모니터링 연구는 CO2 및 222Rn 농도 그리고 기온 변화를 상호 비교하여 동굴 환기 시스템을 처음 규명하였고, 이를 통해 적정 개방 시기와 관람객의 수를 제시한 바 있다(Fernández et al., 1986). 이 연구의 결과는 국제학술지 ‘Nature’에 게재되어 동굴 대기환경 연구의 중요성 및 고고문화유산 보존의 활용 사례를 보여주었다. 1990년대에 들어 동굴 대기환경 모니터링은 관광동굴에서 관람객의 활동에 따른 미기후 변화와 동굴생성물 경관 등 지질유산에 대한 영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Dragovich and Grose (1990)는 관광동굴 관람활동과 동굴 대기 CO2 간의 상관관계를 정량적으로 규명하였으며, Baker and Genty (1998)는 관람객 호흡에 따른 고농도의 동굴 대기 중 CO2가 동굴수의 화학 조성 변화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동굴생성물의 용해에도 관여할 수 있음을 보고하였다. 실제로, Sánchez-Moral et al. (1999)은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에서 벽면 및 동굴생성물을 구성하는 방해석 및 아라고나이트 결정이 미세하게 부식되는 현상을 전자현미경 이미지로 확인하였고, 이에 대한 원인으로 과도한 동굴 관람객 유입을 주장하였다.
2000년대에 들어, 동굴 대기환경 모니터링은 고해상도 현장 관측 센서의 발달과 장기간 수행한 연속 모니터링 자료를 토대로 동굴 환기 메커니즘과 그에 따른 지화학적 변화를 시공간적 규모에서 더 세밀하게 규명하는 방향으로 발전하였다(그림 3). 이 시기 동안 연구 결과의 핵심은 동굴 환기의 정확한 시기와 그 세기를 파악하고, 그 결과로 나타나는 동굴 대기 중 CO2 농도 변화가 동굴수의 CO2 유리작용(degassing), 방해석 침전량 그리고 침전된 방해석의 안정동위원소 및 미량원소 조성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다(e.g., Frisia et al., 2011; Oster et al., 2012; Lyu et al., 2020). 예를 들어, 사계절 기온 변화가 뚜렷한 지역을 중심으로 활발한 계절적 동굴 환기로 인해, 겨울철 상대적으로 낮은 CO2 농도의 외부 공기가 동굴 내부로 유입되면서 동굴수의 CO2 유리작용이 촉진되어 탄산칼슘의 과포화도가 증가하고 그로 인해 침전된 방해석 내 Sr/Ca, δ13C, δ18O 등 지화학 조성에서 뚜렷한 계절적 변화 패턴이 유도된다는 것이 밝혀졌다(Spötl et al., 2005; Mattey et al., 2010). 또한, 방해석 침전량의 계절적 모니터링을 통해 여름에는 침전률이 거의 0에 가깝고, 가을~봄에 최대가 되는 패턴이 규명되었으며(Banner et al., 2007), 이는 외부 기후의 계절성이 동굴 환기를 유발시켜 동굴 대기 CO2 및 동굴수에 용존된 CO2 함량을 조절한다는 해석으로 이어졌다(Cai et al., 2011; Duan et al., 2012).
Relationship between cave-air pCO2 and the stable carbon isotopic composition (δ13C) of CO2 at three sites within the RBO (Rassl-Bumslucke-O2J) cave system in Austria, highlighting pronounced seasonal variations (From Spötl et al., 2005). Gray horizontal bars mark periods of winter circulation, when air was drawn through the entrance into the cave.
또한, 2000년대 들어 수행된 공간적 고해상도 동굴 모니터링은 동굴 대기의 공간적 불균질성을 실증적으로 규명하기도 하였다. 예를 들어, 아일랜드 Ballynamintra 동굴에서 수행된 연구는 동굴 내부의 CO2 농도를 고해상도로 수평· 수직 방향에서 정밀하게 측정함으로써, 공간에 따른 CO2 분포도를 작성하였다(Baldini et al., 2006). 특히, 동굴 벽면의 균열 등 미세한 틈이 존재하는 구간에서는 CO2 농도(약 1,720 ppm)가 높게 나타나며, 동굴 공간의 중심부로 갈수록 농도가 점차 희석되는 경향(약 1,230 ppm)이 관찰되었다(그림 4). 이는 단일 지점에서의 측정값이나 단순 평균값을 활용하는 데 있어서의 주의점을 시사하며, 공간구조에 따른 대기 성분 분포의 차이를 고려한 모니터링 전략의 필요성을 부각시켰다(Cowan et al., 2013). 이러한 공간적 고해상도 CO2 분포 정보는 단순한 동굴 모니터링을 넘어, 특정 구간 내 CO2 포화로 인한 동굴생성물의 용해 가능성(Sánchez-Moral et al., 1999), 더 나아가 관광동굴에서 장시간 체류하는 관리자 혹은 관람객의 건강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위해성까지 포괄적으로 이해하는 데 중요한 근거를 제공한다(Fernandez-Cortes et al., 2006).
Contour plots of pCO2 values (ppm) at cross-sections of passages in Ballynamintra Cave, Ireland, all using the same contour interval of 50 ppm (From Baldini et al., 2006). Arrows indicate the inferred direction of CO2 flux, from zones of higher to lower pCO2, with arrow size schematically reflecting the gradient strength.
2020년대 이후 가장 최근의 연구들은 장기적이고 고도의 정밀한 대기 모니터링이 동굴 연구에서 얼마나 폭넓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알프스에 위치한 4개의 동굴에 대한 장기 기온 모니터링 결과, 지난 20년간 약 0.4℃의 유의미한 온난화 경향이 나타났으며(그림 5), 이는 외부 온난화율의 절반 수준이지만 모든 측정 결과에서 시공간적인 일관성을 보였다(Obleitner et al., 2024). 이러한 연구 결과는 고해상도 기온 측정을 통해 동굴 내부에서도 지구온난화와 같은 기후변화 신호를 감지할 수 있음을 입증하였고, 이는 동굴 환경이 외부 기후변화와 이에 따른 천부 지하환경으로의 영향력을 확인하기 위한 중요한 관측소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e.g., Badino, 2004). 이 외에도 경량 디지털 유량계를 이용한 장기 풍속·풍향 모니터링 연구를 통해 동굴 내 열에너지 및 물질 전달 과정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고, 동굴 환기 메커니즘을 더 세밀하게 해석하는 방향으로의 발전이 지속되고 있다(Pastore et al., 2024).
Long-term (2000-2020) time series of cave-air temperatures recorded in four Alpine caves: Rasslsystem (RS), Spannagelhöhle (SP), and Hundsalm Eis- und Tropfsteinhöhle (HA) in the Austrian Alps, and Schrattenhöhle (SH) in the Swiss Alps (From Obleitner et al., 2024). SP-PL = Porzellanladen passage; HA-JG = Jugendgang passage; RS-PH = Perlenhalle chamber; SH-WK = Windkluft section.
3. 동굴 대기환경의 측정요소와 환기 메커니즘
3.1. 동굴 대기환경의 주요 측정요소
동굴 대기환경 모니터링의 주요 측정요소로는 기온, 상대습도, 대기압, 기류(풍향 및 풍속), CO2, 222Rn, CH4, 산소(O2), 일산화탄소(CO), 황화수소(H2S), 에어로졸, 미세·초미세먼지 등을 들 수 있으며(e.g., Galdenzi et al., 2008; Fairchild and Baker, 2012; Behrendt et al., 2020; Salmon et al., 2020; Miler et al., 2024), 이들은 각기 다른 연구 목적 또는 실용적 필요성에 따라 선택적으로 관측된다. 이 중에서도 기온, 상대습도, CO2, 222Rn은 동굴 대기환경 연구의 핵심 측정 지표로서, 동굴생성물 형성과정 해석, 심부 기체 감지 및 가스상 물질 연구, 관광동굴 내 각종 유산 보존 및 관람객의 위해 요인, 동굴생태학적 조건 평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e.g., Dreybrodt, 2012; Kukuljan et al., 2021)
위의 측정요소들은 지표 대기환경에서도 관측되는 일반적인 요소들이지만, 동굴이라는 구조적 특수성과 반닫힌 공간 특성으로 인해 그 변화 양상이 지표와는 본질적으로 다르게 나타난다. 기온과 상대습도의 경우, 지표 환경에서는 일교차 및 계절 변화에 따라 급격히 변동할 수 있지만, 동굴 내부에서는 외부 기후에 비해 완충된 측정치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Cigna, 2002; James et al., 2015). 즉, 동굴 내부 기온은 동굴이 존재하는 지역의 연평균 기온에 수렴하고, 상대습도는 일부 건조 지역을 제외하면 90% 내외의 매우 높은 수준을 연중 유지하는 특성을 보인다. 이는 동굴 내부의 대기가 간헐적으로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기온과 상대습도 경우 주로 동굴 모암에 중대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Lauritzen, 2019). 하지만 이러한 기온과 상대습도 역시 동굴의 종류, 입구의 규모나 위치 그리고 내부 통로의 형태에 따라 국지적으로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기도 한다(e.g., Wigley and Brown, 1976; Baldini et al., 2006).
지표의 열린 환경에서 CO2는 주로 식생 호흡, 토양 유기물 분해, 대기 혼합 등에 의해 조절되며, 대기 중으로 비교적 빠르게 확산되고 우리나라의 경우 약 20 ppm 이내 범위에서 규칙적인 계절 변화를 보인다(NIMS, 2025). 이에 반해 동굴에서는 주로 상부 지표 토양의 호흡작용에 의해 발생한 CO2가 동굴 입구, 수로(conduit)를 포함한 연결 통로, 모암 내 공극 및 열극 등 여러 경로를 통해 동굴 내부로 공급되며(Atkinson, 1977; Baldini et al., 2006; Lyu et al., 2020), 이외에도 사람을 포함한 동물의 출입이나 동굴 통로 구조에 따른 밀폐 정도에 따라 농도가 쉽게 축적될 수 있다(e.g., Dragovich and Grose, 1990; Liñán et al., 2018). 222Rn은 암석 내 우라늄의 연쇄적 붕괴에 의해 발생하는 자연 방사성 원소로서, 지표 환경에서는 대기 중 확산 및 희석에 의해 10 Bq/m3 이하의 매우 낮고 일정한 농도를 유지하지만(e.g., Kim et al., 2014), 동굴 내에서는 일반적으로 다소 높고, 환기 정도에 따라 ~7,120 Bq/m3 이상의 고농도 축적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존재한다(Lario et al., 2005). 특히, 222Rn은 CO2와는 달리, 인위적 간섭이 거의 없는 순수한 자연 기원의 물질로서, 동굴 대기순환의 방향성과 세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동굴 환기에 따른 미기후 변화를 평가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e.g., Kowalczk and Froelich, 2010).
3.2. 동굴 환기 메커니즘
동굴 대기환경 측정요소들의 시간적 변화는 동굴 내외부 공기의 순환 양상과 밀접하게 연관되며, 이는 주로 물리적 동굴 환기 메커니즘에 의해 결정된다. 이러한 동굴 환기 메커니즘은 외부 기후 조건, 동굴의 입구 위치, 내부 통로의 기하학적 구조, 동굴 수문학적 요소 등에 따라 조절되며, 크게 다음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 유형은 두 지점 사이의 기온 차이에 의해 발생되는 환기 메커니즘으로서, 기온 차이는 곧 서로 다른 두 공기 덩어리(air mass)의 밀도 차이로 나타나고 연이어 발생되는 대류현상이 환기의 주요 원동력을 제공하게 된다(그림 6). 이러한 환기 메커니즘은 자연 대류(natural convection)와 굴뚝 효과(chimney effect)로 세분할 수 있다(Fairchild and Baker, 2012). 먼저 자연 대류는 상부와 하부 통로 사이의 온도 구배에 의해 상승 혹은 하강 기류가 발생하는 것으로, 이러한 내부 흐름은 동굴 입구를 통한 내외부 공기 순환 및 동굴 환기로 연결될 수 있다. 이에 반해 굴뚝 효과는 상하부로 두 개의 입구 혹은 적어도 유출입이 가능한 틈이 존재하는 경우 발생하는 효과로, 주로 동굴 내부보다는 외부에서의 기온 변화가 주요 동력을 제공하는 유형이다.
Seasonal and diurnal ventilation patterns in Mawmluh Cave, NE India (From Breitenbach et al., 2015). (a) Dry-season night: warmer cave air exits via the upper entrance (chimney effect), drawing in surface air and raising cave CO2. (b) Dry-season day: cold cave air suppresses ventilation; cave CO2 decreases through weathering and absorption. (c) Wet-season night: chimney effect inhibited; strong river discharge pulls in surface air, with elevated CO2 from soil, epikarst, and possibly river degassing, often above atmospheric levels. cave air may also exit via the Goldfish Pond Doline (GPD). (d) Wet-season day: stagnant conditions prevail, but river discharge sustains air inflow; cave CO2 remains high with little to no airflow into the GPD due to small temperature gradients. Abbreviations: cave entrance (CE), Hanging Gardens (HG), Candle Highway (CH).
그러나 이 두 유형은 기온 차이에 의해 유도된 밀도 차이가 그 원동력이라는 공통점과 실제 동굴 환경에서 두 현상이 중첩되어 발생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실체적 구분이 매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e.g., Fairchild and Baker, 2012; Lauritzen, 2019). 프랑스 Aven D’Orgnac 동굴과 미국 Carlsbad 동굴의 Big Room이 자연 대류 발생의 대표적인 예이며(Wilkening and Watkins, 1976; Bourges et al., 2006; Killing-Heinze et al., 2017), 뉴질랜드의 Waitomo Glowworm 동굴은 굴뚝 효과의 대표 사례이다(De Freitas et al., 1982). 또한, 오스트리아 Obir 동굴의 사례에서는 굴뚝 효과 중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미세 입구에 의한 환기 시스템을 전형적으로 보여주었다(Spötl et al., 2005). 결과적으로 기온 차이에 기인한 자연 대류 및 굴뚝 효과는 동굴 내 대기 조성의 시공간적 변동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며, 방해석 침전과 같은 지화학적 과정을 포함하여 동굴 내 공기질 및 관람객의 건강에도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이 유형의 동굴 환기 메커니즘은 계절적 기온 변화가 상대적으로 큰 동아시아 지역 및 한반도에서도 흔히 발생될 수 있는 현상으로(James et al., 2015; Kim and Jo, 2020), 천연기념물인 단양군 노동동굴 및 고수동굴 등과 같이 인공적인 터널을 추가로 굴착할 경우 기존 천연 동굴 환기 시스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동굴 환기 메커니즘의 두 번째 유형은 대기압 차에 의한 현상으로, 일반적으로는 ‘동굴 호흡(cave breathing)’으로 불린다(Wigley, 1967; Pflitsch et al., 2010). 이 유형은 외부 대기압의 변화에 따라 동굴 내부 공기가 수동적으로 반응하면서 주로 입구를 통해 공기의 유출입이 발생하는 현상이다. 즉, 동굴은 외부 대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한된 체적을 가지기 때문에 외부 대기압이 갑작스럽게 상승하거나 하강할 경우, 내부 대기와의 압력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동굴 입구(혹은 미세한 암석 내 공극)를 통한 공기 교환이 유도된다(그림 7). 이와 같은 메커니즘은 Wigley (1967)에 의한 물리 모델로 설명되었으며, 동굴을 원통형 튜브로 가정한 구조에서 외부 기압 변화율(dP/dt)과 동굴 내부 체적(V)이 공기 유출입 속도(PUA; P, mean air pressure; U, mean air velocity; A, volume of the cavity)에 미치는 영향을 1차 선형 방정식으로 표현하였다(Eq. 1).
Time series of airflow direction and velocity at the Historic Entrance of Jewel Cave, South Dakota, along with air pressure measured in the administration building at Jewel Cave NM, from 1-31 January 2005 using an ultrasonic anemometer (From Pflitsch et al., 2010).
| (Eq. 1) |
여기서 PUA는 입구 단면을 통과하는 공기의 평균 유출입 속도(m3/s), V는 동굴 내부 체적(m3), dP/dt는 시간 당 외부 대기압 변화율(Pa/s)을 나타낸다. 이 수식은 내부 체적 V가 클수록 압력 평형을 유지하기 위한 공기 이동량이 많아진다는 점과 외부 기압 변화율(dP/dt)이 클수록 공기 흐름이 빨라진다는 점을 정량적으로 표현한다. 실제 사례로는 호주 남부 Nullarbor Plain 지역의 동굴들이 대표적이다(Fairchild and Baker, 2012). 이 지역 동굴은 상부에 얇은 칼크리트(calcrete) 층이 덮여 있고, 하부에는 카르스트화된 탄산염암층이 위치하며, 천장의 붕괴에 의해 형성된 좁은 수직 입구를 통해 외부 대기와 연결된 특징을 보인다. 이처럼 입구가 작고 내부 체적이 큰 동굴 구조는 외부 대기압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입구 부근에서 초당 수 미터 이상의 빠른 공기 흐름이 관측되기도 한다(e.g., Pflitsch et al., 2010). 우리나라의 제주도 용암동굴들 중 일부는 이와 유사한 지형‧지질학적 조건을 갖추고 있으므로 이 유형의 동굴 환기 메커니즘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 세 번째 메커니즘은 다양한 외부 물리적 요인에 의해 유도되는 비정형적 환기 시스템이다. 대표적으로 바람 유도 흐름(wind-induced flow)과 물에 의한 순환(water-induced flow)을 들 수 있다(Fairchild and Baker, 2012). 이러한 메커니즘은 상대적으로 단기적이고 불규칙한 변화를 유도하지만, 특정 지형 조건에서는 주요한 동굴 환기 동력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먼저, 바람 유도 흐름은 동굴 입구에 외부에서 부는 바람이 직접 작용하면서 생기는 압력 차를 통해 공기가 동굴 내부로 유입되거나 배출되는 메커니즘이다. 이는 베르누이(Bernoulli)의 법칙에 기반하여 설명되며, 외부 공기의 유입 속도(U) 증가에 따라 동굴 입구에 형성되는 정압력(Pwind)은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다(Eq. 2).
| (Eq. 2) |
여기서 ρ는 공기의 밀도이다. 이 현상이 두드러지는 예로는 프랑스 피레네 산맥의 Sainte-Catherine 동굴을 들 수 있으며(Andrieux, 1969), 이에 대해 Kowalczk and Froelich (2010)은 벤추리 효과(Venturi effect)의 영향을 제시하였다. 벤추리 효과는 유체가 좁은 통로를 통과할 때 속도가 증가하고 압력이 감소하는 현상으로, 동굴 입구가 협소하거나 굴곡이 심할 경우 외부 대기 유입 또는 내부 공기 배출이 가속화될 수 있다.
물에 의한 흐름(water-induced flow)은 지하수 유동 또는 동굴 내 하천 유입에 의해 발생하며, 물과 공기 사이의 마찰력에 의한 흐름(coupled flow)과 수위-기압 변화에 의한 흐름으로 구분할 수 있다(e.g., Cigna, 1968). 프랑스의 Chauvet 동굴에서는 강우 또는 융설 후 지하수 수위 하강 시, 동굴 내부의 공기가 밀려나가는 현상이 관찰되었고(Bourges et al., 2014), 이는 동굴 내부에서의 수위 변동이 압력 구배를 형성하며 자연적인 공기 흐름을 유도하는 대표적 사례로 여겨진다(Fairchild and Baker, 2012). 이러한 현상은 물과 공기 간의 상호작용을 통한 환기 메커니즘을 설명하므로, 하천형 동굴이나 홍수에 민감한 동굴 시스템에서는 동굴 대기환경 변화 해석을 위해 고려되어야 한다. 특히, 태풍 또는 국지성 호우 등 극한 기후현상과 연관된 지배적인 공기 흐름의 요인으로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3.3. 동굴 환기 메커니즘과 222Rn 및 CO2의 농도 변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동굴 내 환기 시스템은 기온차, 기압차, 외부 바람 및 물의 유입 등 다양한 물리적 요인에 의해 특성화된다. 이러한 환기 결과에 의해 동굴 대기의 화학조성이 변화하게 되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222Rn과 CO2 농도이다. 222Rn은 동굴 환기가 제한될 경우, 동굴 내부에 고농도로 축적될 수 있기 때문에 동굴 환기 정도를 반영하는 이상적인 지표로 간주된다(e.g., Fernández et al., 1986). 동굴 내 222Rn 농도의 시간에 따른 변화는 질량 보존의 원리를 기반으로 설명할 수 있으며, 222Rn 농도가 높다는 것은 곧 공기 교환율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을 의미하며, 반대로 222Rn 농도가 낮으면 외부 대기와의 활발한 교환을 지시하게 된다. 예를 들어, 미국 뉴멕시코주 Carlsbad 동굴에서는 겨울철 동굴 환기가 강해짐에 따라 222Rn 농도가 현저히 감소하는 현상이 관측된 바 있다(Ahlstrand, 1980).
동굴 내 대기 CO2는 다양한 생물학적·지질학적 기원을 가지며, 토양 유기물 분해 및 뿌리 호흡, 미생물 활동, 박쥐 배설물, 동굴수 용존 CO2의 유리작용, 심부 열수로부터의 공급, 관광객 출입 등에서 기인한다(e.g., Atkinson, 1977; Dragovich and Grose, 1990; Ek and Gewelt, 1985; Smith, 1999; Baldini et al., 2006). 이처럼 CO2는 시공간적으로 매우 이질적인 공급 특성을 보이며, 동시에 동굴 환기 조건에 따라 그 농도가 크게 변동한다.
동굴 내 CO2 및 222Rn 농도는 단순히 동굴 내부에서의 공급과 손실의 균형만으로 결정되지 않으며, 실제로는 앞서 언급한 동굴 환기 메커니즘에 강하게 영향을 받는다. 그 중에서도 대기 흐름을 정량적으로 예측하기 위한 대표적인 접근 중 하나가 바로 가온도(virtual temperature, Tv) 기반의 대기 밀도 계산식이다(Eq. 3; Kowalczk and Froelich, 2010).
| (Eq. 3) |
대기의 밀도(ρair)는 대기압(barometric pressure, P)과 이상기체상수(universal gas constant, Rd) 그리고 가온도를 이용하여 구할 수 있으며, 여기서 가온도는 Eq. 4의 기온(air temperature, T), 이슬점(dew point, Td) 그리고 대기압(P)의 변수를 이용하여 계산할 수 있다.
| (Eq. 4) |
이와 같은 이론적 배경에 의하면, CO2 및 222Rn 농도의 계절적 변화 특성은 특히 중위도 동굴에서 우세하게 관찰될 가능성이 높다(e.g., James et al., 2015). 그 이유는 중위도 지역에서는 여름과 겨울의 기온 차이가 뚜렷하기 때문이다(그림 8). 즉, 겨울철에는 외부 기온이 낮고 밀도가 높기 때문에 하강 기류 혹은 동굴로의 유입 기류를 유도하게 되고 여름철에는 그 반대의 조건을 이루게 되면서 겨울 환기-여름 정체의 계절적 패턴을 뚜렷하게 나타낸다(e.g., Breitenbach et al., 2015). 이는 외부 공기의 온도에 따라 CO2 및 222Rn 농도 등 동굴 내부 대기 조성이 크게 변화하는 현상으로 귀결된다.
Global map of temperature differences (ΔTm) derived from meteorological data (1980-2010) for cave regions, representing seasonal cave-surface air density contrasts that drive ventilation (From James et al., 2015). Higher ΔTm values indicate greater potential for seasonal stagnation and CO2 accumulation, which may reduce calcite growth.
4. 동굴 대기환경 모니터링의 활용 사례
4.1. 제4기 고기후·고환경 연구 분야
지표에서 발생하는 기상 및 기후변화는 지하수 및 침출수 유입, 토양 대기의 확산, 낙수(drip water) 유입, 동굴 환기 등 다양한 직간접적 경로를 통해 동굴 내부로 전달된다. 동굴생성물은 형성 당시의 동굴 미기후와 수문학적 조건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산소 및 탄소안정동위원소 조성, 미량원소 조성, 성장 구조 및 탄산염 광물 조직 등에서의 미세한 변화로 지표에서 발생된 기후변화를 기록하게 된다. 이와 같은 특성 때문에 동굴생성물은 제4기 고기후 변화를 정밀하게 복원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고기후 기록물로 자리매김하였다.
동굴생성물에 내재된 과거 기후 기록을 정확하게 해석하기 위해서는 동굴생성물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조절 인자와 실제 성장이 발생한 시기의 동굴 대기환경 조건을 우선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동굴 대기 CO2 농도의 계절적 변화가 낙수 내 CO2 유리작용을 조절해 탄산칼슘의 포화도를 변화시키고, 계절적인 침전량과 침전 시점을 결정한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e.g., Banner et al., 2007; Cai et al., 2012; James et al., 2015; Riechelmann et al., 2019; Borsato et al., 2024). 예를 들어, Banner et al. (2007)은 미국 텍사스주의 Inner Space Cavern, Caverns of Sonora, Natural Bridge Caverns 동굴에서 방해석 침전 실험과 동굴 CO2 측정을 병행한 결과, 방해석 침전이 겨울철에 집중되고 여름철에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그림 9). 이러한 동굴 대기 CO2 농도의 계절성은 동굴생성물 성장 시기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며, 연중 유사한 성장률을 가정한 기존 해석 방식의 재검토가 필요함을 제시하였다. 또한, 동굴 환기가 수년 이상 이루어지지 못해 대기 중 CO2가 고농도로 유지될 경우, 동굴생성물의 연간 성장띠(annual growth band) 구조의 형성이 어려워지거나 부식이 발생되어 실제 연대를 과소평가(Shen et al., 2013) 하는 등 연대해석의 오류를 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Time series showing the inverse relationship between cave-air pCO2 and modern speleothem plate calcite growth rates at two monitoring sites in Inner Space Cavern, Texas: ISST (shallower site) and ISLM (deeper site) (From Banner et al., 2007).
동굴생성물 탄소안정동위원소 조성의 해석에서도 동굴 대기환경 모니터링의 의미가 중요하게 인식될 수 있다. 낙수의 용존무기탄소 δ13C (δ13CDIC) 값은 계절별 식생 활동과 토양 호흡에 따라 변화하며(Frisia et al., 2011), 토양 CO2의 δ13C 변화가 동굴수 및 침전 방해석의 δ13C 값으로 전이된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e.g., Meyer et al., 2014). 한편, Mg/Ca, Sr/Ca와 같은 미량원소 조성은 물-암석 상호작용, 낙수율(drip rate), 탄산염 광물 침전 등 다양한 환경 요인을 반영할 수 있다(e.g., Fairchild et al., 2000; Tooth and Fairchild, 2003; Treble et al., 2015). 이들은 선행 방해석 침전작용(prior calcite precipitation, PCP)과도 밀접히 관련될 수 있으며, PCP 발생 여부는 동굴 대기 CO2 농도와 환기 메커니즘에 크게 좌우된다(Wong et al., 2011).
위와 같이 동굴 대기환경의 정밀 모니터링은 제4기 고기후 프록시의 기록 과정에서 동굴 대기 조건이 어떻게 작용을 하는지에 대한 실증적인 자료를 제공하며, 고기후 프록시 정량화의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각종 기후 및 환경 변화 신호 사이의 전달 시간 차이, 고기후 변화-프록시 기록 간 전이함수 유도, 신규 정량 고기후 프록시 개발 등 여러 측면에서 핵심적인 자료를 제공할 것이다(e.g., McDermott, 2004). 특히, 국내에서는 석회암동굴과 용암동굴을 대상으로 석순, 종유관 등 다양한 동굴생성물을 활용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e.g., Kim and Jo, 2025), 이를 통해 기후 변화 신호와 프록시 기록 간의 연관성을 규명하려는 시도가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에 동굴 대기환경 모니터링 자료가 결합된다면, 동굴생성물의 성장 메커니즘과 지화학적 변화를 해석하는 데 중요한 근거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국내 고기후 프록시 연구의 정량화와 고도화를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4.2. 지질 기원 기체 연구 분야
동굴 대기 모니터링 기술의 발전과 고해상도 장기 관측 자료의 축적은 지하 환경에서 기체의 기원, 거동, 흡수원(sink)을 규명하는 연구로 이어지기도 하였다. 대표적인 응용 사례 중 하나로, 석회암 동굴 대기 CH4 연구에서는 여름철 CH4 농도의 뚜렷한 감소 양상이 보고되었으며(e.g., Waring et al., 2017), 일부의 경우에는 추운 계절 동안 농도가 거의 ‘0’에 가까워지기도 하였다(Mattey et al., 2013). 이러한 동굴 대기 중 CH4 농도의 뚜렷한 감소는 주로 메탄영양생물의 산화(methanotrophic bacterial oxidation)에 기인하는 것으로 해석되었으며, 이를 통해 CH4의 기원을 규명할 수 있었다. 동시에, 석회암 동굴이 대기 중 CH4의 자연 흡수원으로서 작용할 가능성을 제시하였으며, 이는 전 지구 온실가스 수지(global greenhouse gas budget) 평가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e.g., Fernandez-Cortes et al., 2015).
222Rn 모니터링은 동굴 대기 연구에서 가장 주요한 항목 중 하나로, 오래 전부터 지진 예측기술로서의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e.g., Cigna, 2005). 일부 사례에서는 지진 발생 직전 동굴 대기 중 222Rn 농도가 급격히 증가하는 현상이 관측된 바 있으며(e.g., Omori et al., 2021),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이에 해당하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기도 하였다(Oh and Kim, 2015). 이에 따르면, 울진군 성류동굴에서는 지난 2011년 2월 발생한 일본 Tohoku-Oki (M9.0) 대지진에 앞서 비정상적으로 높은 220Rn과 222Rn가 검출되었다(그림 10). 이 연구 결과는 220Rn–222Rn의 모니터링이 계절적 동굴 환기 작용과 지진 관련 신호를 구분하는 데 유용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동시에, 잠재적인 지진 예측기술로의 활용 가능성을 보여준다.
Monitoring results of 222Rn and 220Rn activities in Seongryu Cave, South Korea, from May 2010 to June 2011 in relation to the 2011 Tohoku-Oki earthquake (From Oh and Kim, 2015). Panels show: (a) hourly variations of 222Rn, (b) 4-hour averaged variations of 220Rn, (c) air temperatures inside and outside the cave, and (d) seismic energy of M > 6.0 earthquakes in Japan and Malaysia, with distances from the monitoring site given in parentheses. Seasonal means and mean ± 2σ values are indicated in (a) and (b). Due to the lack of precise calibration, 220Rn activities are shown in arbitrary units.
4.3. 유산 보존 및 활용 분야
동굴은 우리가 보존해야할 중요한 지질유산으로서 외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한 미기후 조건을 유지하는 지하공간이지만, 관광 목적으로 개방된 동굴은 관람객 유입이라는 인위적 요인에 의해 동굴 대기환경에 급격한 변동이 발생할 수 있다. 관람객은 입장과 동시에 호흡을 통해 CO2를 배출하고, 활동에 따른 체열 발생으로 인해 동굴 내부의 기온과 상대습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e.g., Dragovich and Grose, 1990). 여기에 조명 설비를 가동하게 되면 국지적 열원이 추가되어 동굴 대기환경은 더욱 복잡한 방식으로 변화하게 된다. 따라서 동굴 통로의 밀폐도가 높은 동굴에서의 관광 활동은 동굴 환기 작용에 지연을 초래하여 장시간에 걸쳐 높은 농도의 CO2 및 222Rn가 유지되기도 한다(Song et al., 2000). 또한, 이와 같은 CO2 상승과 국소적인 기온 상승이 맞물려 산성도가 높은 응결수를 생성하여 동굴생성물 표면의 미세한 용식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자연적 미기후 변동과는 무관하게 인위적으로 반복되므로, 지질 및 고고문화유산의 보존에 중대한 위협요인이 된다.
이와 같은 문제들은 세계 각국의 대표적 관광동굴에서 반복적으로 관찰 및 보고되었다. 예를 들어, Sánchez-Moral et al. (1999)은 동굴 고대 벽화로 유명한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에서 관람객 유입에 따라 동굴 내부 기온과 CO2 농도가 즉각적인 영향을 받았으며, 이는 벽화 보존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임이 주장하였다. 이 연구에 따르면, 관람객의 일시적 출입에 의해서도 평균 기온이 약 0.25℃ 상승하였고, CO2 농도는 약 500 ppm 증가했으며, 이에 따라 탄산염암에 대한 용해반응 정도가 자연 조건에 비해 최대 78배까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해당 동굴은 1977년 관람객 출입이 전면 금지되었으며, 이후 과학적 동굴 대기환경 모니터링을 기반으로 제한적 관람 방식이 도입되었다(e.g., Fernández et al., 1986; Sainz et al., 2018). Fernández et al. (1986)에 의하면,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의 자연적인 동굴 환기율은 연중 낮은 편이며, 특히 5월과 11월에 최저치, 여름철에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해당 연구는 동굴 내 CO2 농도와 222Rn 농도 자료를 이용해 동굴 환기의 세기를 정량적으로 평가하였으며, 이를 근거로 여름철 1시간 기준 최대 관람가능 인원을 43 ~ 80명으로 제시하였다. 이러한 사례는 관람객 수용 한계 산정을 위해 동굴 대기환경 모니터링이 필수적임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프랑스의 라스코(Lascaux) 동굴에서도 역시 인공조명과 관람객 활동으로 인해 미생물이 고대 벽화에 서식하게 되었으며, 색소 변화와 훼손이 발생하였고(e.g., Houillon et al., 2017), 지속적인 동굴 관리 실패로 결국 완전 폐쇄에 이르렀다. Houillon et al. (2017)은 라스코 동굴 대기의 CO2 및 기온을 고해상도로 측정한 결과, 동굴 내 기온는 암반의 열전도에 의해 외부 기온의 연평균 값을 반영하며, 계절적인 외부 기온변화에 따른 동굴 환기가 발생하여 계절적인 CO2 농도 변화가 발생된다고 언급하였다(그림 11). 이 외에도 체코의 Císařská 동굴에서는 동굴 환기의 여부에 따른 CO2 농도 변화를 분석한 결과, 관람객 체류 시 동굴 내 CO2 농도가 급상승하여 방해석 침전 조건을 변화시킬 수 있음이 확인되었다(Faimon et al., 2006). 이 연구는 관람 활동으로 인한 인위적 CO2 유입과 자연적인 동굴 환기 사이의 불균형이 지속될 경우 방해석의 용해 등 안정성 저하가 우려된다고 점을 경고하였다. 특히, 이론적으로 100명의 관람객이 특정 구간에서 14시간 이상 머무를 경우, 방해석 형성 조건의 임계치를 초과할 수 있다는 결과를 통해 관람 인원과 체류 시간에 대한 관리 기준 조정의 필요성을 제안한 바 있다.
Spatial distribution of cave-air CO2 partial pressure in Lascaux Cave during three periods, representing stratified (a, c) and convective (b) conditions (From Houillon et al., 2017). Contour maps were generated using inverse distance weighted interpolation of monthly averages derived from minute-resolution records collected by 11 fixed sensors.
따라서 관광동굴에서는 실시간 대기환경 모니터링을 통해 CO2 농도의 일시적 축적, 기온, 상대습도의 급격한 변화, 관람객 밀집 시간대의 대기질 변화 패턴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관리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대표적인 관리 전략으로는 입장 인원 제한, 관람 시간 조정, 공개구간 재설정 등이 있다. 실제로 COVID-19 팬데믹으로 인해 일부 관광동굴이 장기간 폐쇄되었을 때, 자연 상태의 대기환경 조건이 확인되었으며(e.g., Lharti et al., 2025), 이는 향후 관광동굴 운영상태와의 비교 평가를 위한 중요한 기초자료로 인식되었다. 위와 같이 동굴 대기환경 모니터링은 단순 자료 수집을 넘어, 복합 유산으로서의 동굴 및 동굴생성물 보존을 위한 과학적 근거를 제공하는 핵심 도구로 활용되며, 지속가능한 관광동굴 운영의 전제 조건으로 확립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석회암 동굴과 용암동굴이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으며, 일부가 관광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이러한 동굴들에 정밀 모니터링을 적용한다면 기존의 고기후 복원 연구뿐 아니라 라돈 모니터링, 관람객 관리 등 지질유산 보존 차원의 효과적인 활용이 가능할 것이며, 이는 국내 모니터링 자료 축적의 필요성을 더욱 강화한다.
4.4. 그 외 분야에서의 활용
동굴 대기환경 모니터링 연구자료는 달 또는 화성과 같은 위성 및 행성에서의 거주지 설계에 필요한 기초 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e.g., Cushing et al., 2007; Hong et al., 2014; Jung et al., 2014). 예를 들어, NASA의 ‘Caves of Mars’ 프로젝트에서는 화성에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용암동굴을 연구하고 향후 활용 방안을 모색하고자 하였다(e.g., Boston et al., 2003). 이에 따르면, 화성 표면의 Arsia Mons 등 화산지대에서 발견되는 원형 함몰구와 선형 함몰지대는 지하에 위치한 용암동굴 통로의 천장부가 붕괴해 형성된 것으로 해석되었다. 이러한 동굴이 주목받는 가장 주된 이유는 화성의 외부 환경에 비해 동굴 내부가 훨씬 안정적이며 방사선 차폐 효과가 뛰어나, 미래 유인 탐사와 장기 거주에 적합한 공간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Cushing et al., 2007; Park et al., 2022). 따라서, 화성 동굴과 구조적·환경적 조건이 유사한 지구상 용암동굴에 대한 동굴 대기환경 모니터링 자료는 화성 동굴(Martian Caves)의 기온 완충성, 환기 패턴, 내부 기체의 조성 변화 등에 대한 기초 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
동굴 대기환경 모니터링 기술은 본래 동굴의 미기후 특성을 이해하고 고기후 복원이나 내부 유산 보존을 위한 기반 자료로 활용되어 왔으나, 최근에는 광산, 터널,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을 위한 지하연구시설(Underground Research Laboratory, URL) 등 인공 지하공간에서도 실용적으로 적용된 바 있다(e.g., Roh et al., 2011). 이러한 반닫힌 지하공간은 환기 조건이 제한되어 CO2, 라돈, 산소, 기온, 상대습도 등 주요 대기 요소의 변화가 작업자의 건강과 작업 환경 안전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e.g., Sevc et al., 1976; Gregorič et al., 2011). 특히, 광산이나 URL에서는 동굴과 유사하게 밀도 혹은 기압 차이에 따른 환기 메커니즘이 작동하며, 외부 조건에 따라 굴뚝 효과나 동굴 호흡 작용이 발생한다. Baldini et al. (2006)과 Fairchild and Baker (2012)가 제시한 동굴 환기 모델은 이러한 인공 지하공간에서의 대기 흐름 해석에도 적용가능하다. 실제로, 광산 현장에서는 기온, CO2, CH4, O2, 222Rn 농도 등을 실시간으로 측정하여 설정한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경보가 울리고 자동 환기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설계된 안전 관리 시스템이 보편화되고 있다(e.g., Novas et al., 2017; Brandi et al., 2019). URL에서도 라돈에 대한 장기 모니터링을 통해 라돈 확산 계수와 공기 흐름 패턴을 추정하고 있다(e.g., Kim and Kwon, 2005; Kwon and Kim, 2017). 국내의 KURT (KAERI Underground Research Tunnel), 핀란드의 ONKALO, 스위스의 Mont Terri 등도 정밀한 대기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여 환기 시스템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다(e.g., Mayor et al., 2007; Kwon and Kim, 2017). 이렇듯 지하의 인공 구조물에 대한 환기 메커니즘을 규명하기 위한 해석 도구로서 동굴 대기환경 모니터링으로부터 확인된 물리적 현상들이 활용될 수 있다.
지하 생태계 보전 측면에서도 동굴 대기환경 모니터링은 핵심 기초자료로 활용되기도 한다. 동굴은 박쥐를 포함한 특수한 동굴 생물종(cave fauna)과 미생물종의 주요 서식지(e.g., Poulson and White, 1969; Vanghi et al., 2024)로 널리 인식되고 있다. 동굴 대기환경의 안정성은 기온, 상대습도, CO2 농도 등 대기환경 요소의 섬세한 균형에 기반하며, 미세한 변화조차 동굴생물종의 생리적 활동이나 군집 생태에 영향을 줄 수 있다(e.g., Culver and Pipan, 2019). 특히, 동굴성 박쥐는 대표적인 지표종(indicator species)으로서 대기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이들의 분포와 행동 특성은 동굴 대기환경 조건과 밀접한 관계를 이룬다(Kim, W.H. et al., 2014; Kim, S.S. et al., 2018). 예를 들어, 국내 토끼박쥐(Plecotus ognevi)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늦가을 외부 기온이 박쥐의 선호 온도보다 낮아지는 시점에 동굴로 진입하고 약 115~120일간 동면한 후 외부 기온이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면 동굴을 떠나는 생존전략이 관찰되었으며(Kim et al., 2018), 동면 중 박쥐의 체온은 약 3℃ 수준으로 유지되는데 이는 동굴 벽면 온도와 높은 연관성을 보였다. 이러한 자료는 박쥐 서식지 관리계획 수립, 관광동굴에서의 생태계 보존을 위한 관람객 출입 통제 및 시설 조정 등 실질적 조치의 근거가 된다(e.g., Perry, 2013). 현재까지 국내외 연구 사례는 주로 박쥐나 Collembola(일명 톡토기) 등 일부 동굴 생물종과 미생물종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으나(e.g., Chang et al., 2021, 2022; Vanghi et al., 2024), 일부 연구에서는 갈루아(Galloisiana), 동굴 물고기(cave fish)와 같은 동굴성 생물군의 분포 역시 동굴 내 미기후 조건에 의존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e.g., Poulson and White, 1969; Zhou et al., 2023). 향후 다양한 동굴 생물종을 대상으로 한 대기환경 반응 연구가 확대된다면, 동굴 대기환경 모니터링은 다학제적 활용연구 분야로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5. 결 론
지금까지 본 논평을 통해 다룬 바와 같이, 동굴 대기환경모니터링은 단순한 환경 관측을 넘어 고기후 복원, 지하 기체 조성 연구, 유산 보존 및 관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응용가능한 핵심 분야이다. 비록 연구 영역에 따라 적용 목적이 서로 다를 수 있지만, 공통적으로 연속적인 고해상도·고정밀 대기환경 자료의 축적을 필요로 한다. 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전문 연구자의 육성 및 확보, 장기 모니터링 장비의 안정적 유지·관리와 이를 지원할 제도적·재정적 기반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기반의 부족으로 인해 지금까지 국내 연구가 제한적으로 이루어져 왔으나, 동시에 이것이 곧 향후 국내 연구가 집중해야 할 방향성을 보여준다.
따라서 향후 국내 동굴 대기환경 모니터링에서는 다음과 같은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 첫 번째로, 국내 동굴 대기환경 모니터링의 확대 및 기초자료 축적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아직까지 국내의 연구는 동굴별로 1년 내외의 불연속적인 자료만을 산출하고 있고, 신뢰성 있는 해석을 위한 지식과 기술력도 극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다수의 천연기념물 및 기타 기념물지정 동굴과 관광동굴의 관리에 동원되는 경제적·행정적 투입자원의 낭비로 귀결된다. 특히, 현재 법제화되어 있는 자연유산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면밀하게 정립된 개념 없이 이 우선 진행되고 있는 모니터링 방식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도 관련 정부기관 주도의 기초자료 축적이 필수적이다. 두 번째로, 동굴 대기환경 모니터링 결과의 데이터베이스화 및 통합적 관리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관광동굴의 CO2 시계열 자료는 관람객 관리 및 위해성 평가 뿐만 아니라 동굴생성물 성장 및 쇠퇴(decay) 등 국내 지질유산 관리 및 활용에도 중요하게 활용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국내 석회암 동굴 및 제주도 용암동굴의 대기환경에 대한 일반화된 이론 정립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국내 동굴의 안정적 보존과 지속가능한 활용을 위한 필수적인 전제 조건이며, 차후 국내 동굴에서 수행되는 지구온난화에 의한 지하 영향성 평가, 지진 예측기술로서의 타당성 확인 및 우주 개척 기술확보 등에 관한 신규 발견을 선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결론적으로, 동굴 대기환경 모니터링은 매우 특수한 전문 분야에 해당하지만, 다양한 다학제적 연구 영역에 활용할 수 있는 기초 연구 분야인 동시에 국내 자연유산법에 근거한 자료 축적과 통합적 관리 체계가 마련된다면 향후 과학적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은 분야로 판단된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정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RS-2023-NR076764)과 정보통신기획평가원-지역지능화혁신인재양성사업(IITP-2025-RS-2023-00260267)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습니다. 논문을 세심하게 검토하시고, 유익한 의견을 주신 익명의 심사위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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