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상북도 포항시 중부 마이오세 학전층에서 산출된 Pelodiscus cf. P. gracilia (거북목: 범자라과) 배갑 화석
; Jin-Young Park3
; Su-Hwan Kim3
; Minjun Kim4 ; Taewoong Yoon5 ; Yuong-Nam Lee3
초록
경상북도 포항시의 신진기 중부 마이오세 학전층에서 자라의 배갑파편 화석이 산출되었다. 이 화석은 항판과 1번 측갑판의 형태, 갑표면 장식구조 등의 특징을 통해 Pelodiscus cf. P. gracilia로 동정하였다. 이는 가장 오래된 Pelodiscus 속의 기록으로, 이 전의 화석기록이 지시한 것보다 더 이른 시기부터 이 속이 동아시아에 서식했다는 것을 지시한다. 이 화석에 해당하는 개체는 해역 인근의 안정적인 기수 환경에서 서식하는 현생 근연종인 Pelodiscus sinensis와 유사한 생태를 가졌을 것으로 보이며, 서식지에서 죽은 후 자연재해성 사건에 의해 해역으로 유입되어 묻힌 것으로 추정된다.
Abstract
fragmentary carapace of a fossil softshell turtle was discovered in the Middle Miocene Hagjeon Formation in Pohang-si, Gyeongsangbuk-do. Based on the morphology of the nuchal and first costal plate and the patterns of the shell sculpturing, the specimen is identified as Pelodiscus cf. P. gracilia. It represents the oldest known occurrence of the genus Pelodiscus, indicating that this genus inhabited East Asia earlier than previously suggested by the fossil record. The individual represented by this fossil likely had a similar ecological niche to that of its modern relative Pelodiscus sinensis, which inhabits calm, low-energy brackish waters near coastal regions. It is presumed that this individual was transported to the marine environment by high-energy natural disasters after death and subsequently buried.
Keywords:
softshell turtle, Pelodiscus, Hagjeon Formation, Miocene, brackish environment키워드:
자라, 학전층, 마이오세, 기수 환경1. 서 론
자라는 거북목(Testudines) 범자라과(Pan-Trionychidae)에 속하는 모든 분류군에 대한 총칭이다. 이들은 가장 오래된 기록이 일본과 중국의 하부 백악기(Lower Cretaceous) 퇴적층들에서 확인됨에 따라 전기 백악기에 동아시아에서 기원한 것으로 추정된다(Li et al., 2015; Nakajima et al., 2017). 현생 분류군은 총 13속(屬) 32종(種)이 알려져 있으며, 동아시아, 서남아시아, 북미 남부, 아프리카 중북부, 오세아니아 북부에 걸쳐 분포한다(Joyce et al., 2021). 화석기록까지 포함할 경우, 그 분포 범위는 중앙아시아, 유럽, 호주까지 확장되어 나타난다(Vitek and Joyce, 2015; Georgalis and Joyce, 2017).
현생 자라는 하천 및 호수 바닥의 흙 속에 몸을 숨기고 먹이를 사냥하는 독특한 습성을 지닌다. 신체 구조 또한 이러한 생태에 적합하게 진화하여, 측판(peripheral) 및 전둔부판(suprapygal)과 같은 갑(shell)의 원위부(distal)를 구성하는 골격 요소가 소실되면서 다른 거북류에 비해 체고가 현저히 낮아졌다. 또한, 갑 표면에는 구멍과 홈(pits and grooves)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장식구조가 나타난다. 이러한 특징들은 자라의 가장 오래된 화석에서부터 관찰되기에, 이들은 등장 초기부터 이미 현재와 같은 생태를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Brinkman et al., 2017).
아시아의 자라 화석은 백악기부터 제4기(Quaternary)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보고되어 있다. 이들의 산출 지역은 현재 자라가 서식하지 않는 몽골 및 중앙아시아를 제외하면, 현생 분류군들의 분포 범위와 대체로 일치한다(Georgalis and Joyce, 2017). 국내에서 보고된 자라 화석으로는 신진기(Neogene) 마이오세(Miocene) 도곡동층에서 산출된 세 점의 배갑파편들이 있다. 이 표본들은 Kim and Choi (1988)에 의해 Amyda sp.로 분류되었다.
경상북도 포항시 연일읍 대송면에 위치한 마이오세 학전층의 회색 이암에서 거북의 배갑(carapace)화석이 산출되었다(그림 1). 측판이 소실되었다는 특징과 갑의 표면에서 구멍과 홈 형태의 장식구조가 드러난다는 특징은 이 표본이 자라에 속함을 지시한다. 표본의 가장자리(free margin)의 형태 및 각도는 일반적인 자라의 배갑 왼쪽 전면(anterior) 가장자리 부위와 일치한다. 본 논문은 이 화석을 기재, 분류하고 이를 통해 과거 한반도에 서식했던 자라의 고생물학적 의미를 밝히는데 목적이 있다.
2. 지질 개요
포항시 연일읍 및 흥해읍 일대에 분포하는 학전층은 포항 분지의 연일층군 중부를 구성하는 지층으로, 천북역암을 정합으로 덮고 상부의 두호층에 의해 정합으로 피복된다(Yun, 1986). 학전층의 두께는 약 280~400m이며 전반적으로 암회색 내지 회색의 사암과 이암이 교호하는 암상을 보인다(Kong and Lee, 2012). 층의 상부에는 분급이 불량한 역암층들이 렌즈상으로 협재 되어있고, 사암 및 이암의 층리가 불량하여 층의 연속성을 확인하기 어렵다(Seong et al., 2009)(그림 2). 학전층은 포항분지의 다른 지층들과 더불어 해성환경에서 퇴적된 것으로 해석된다(Yoon, 1975). Kim and Lee (2011)은 학전층의 여러 층준에서 산출된 가리비 화석들의 보존도를 분석하고 이를 각 층준의 암상과 연결 지어, 고에너지의 불안정한 천해 환경에서 보다 수심이 깊고 안정적인 해양 환경으로의 퇴적 환경 변화가 있었음을 추론하였다. 또한, Koh and Oh (2021)는 육상식물의 규소체 미화석 분석을 통해 학전층이 주변 육지에 다양한 식생이 분포했고 해수가 이들을 활발히 이송했던 연근해 환경에서 퇴적되었음을 제시했다.
Stratigraphic columns showing lithologic characteristics and fossil occurrences from the Hagjeon Formation at the fossil locality, with the horizon of KNUH-001 indicated.
학전층에서 산출된 화석으로는 불가사리류, 복족류, 이매패류와 같은 해양무척추동물, 그리고 미화석에 해당하는 규조류와 와편모조류 등이 있다(Lee and Yoon, 2004; Koh, 2006; Seong et al., 2009; Kim and Lee, 2011; Kong and Lee, 2012; Koh and Oh, 2021). 이외에도 아직 분류학적 기재가 이루어지지 않은 거북, 고래, 경골어류, 상어 등의 척추동물 화석들과 식물화석들 또한 다양하게 산출되었다(Lee et al., 2004).
학전층의 퇴적시기는 상부의 두호층과 함께 주로 중기 마이오세로 여겨지고 있다. 고지자기 분석은 학전층이 약 16.2–14.7 Ma동안 퇴적된 것으로 추정하였다(Kim et al., 1993). 화분포자화석을 이용한 생층서 대비연구는 15 Ma부터 학전층의 퇴적이 시작되었다고 보았다(Yun et al., 1995).
3. 재료 및 방법
본 연구에 사용된 표본은 2004년 경북대학교 고생물학연구실에서 수행한 「포항4일반산업단지」 조성에 따른 화석발굴조사 과정에서 산출된 것이다. 발굴 당시 해당 지역은 낮은 산지 지형을 이루고 있었으며, 자라 배갑 화석은 포항시 연일읍 대송면 옥명리~문덕리로 이어지는 구간에서 발견되었다. 주상도는 학전층의 중–상부에 해당하는 지점에서 작성되었고, 해당 위치는 지질도 상 화석 산출지(★)로 표시하였다(그림 1). 주상도가 작성된 층준은 주로 사암과 이암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암은 세립에서 중립질을 보이나 조립 및 역질 사암도 관찰된다. 또한, 해당 단면에서는 렌즈상의 사암체와 역암체가 협재되어 있고, 단괴(nodule)가 층을 이루어 산출된다(그림 2). 특히, 이 구간은 학전층 내에서도 척추동물 화석의 산출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층준으로 보고된 바 있다(Lee et al., 2004).
치과 기재(dental tool)를 이용하여 표본의 표면에 부착된 암석들을 제거 후 연구를 진행하였다. 표본의 분류 및 기타 분류군들과의 비교 연구는 신생대 아시아에 생존했던 자라 분류군들에 대한 문헌 자료 검토와 서울대학교 고생물학 연구실에 소장된 현생 자라의 골격표본 16점에 대한 직접 관찰을 바탕으로 수행하였다. 논문에 수록된 그림은 모두 Adobe Illustrator CC (version 24.0.1, https://www.adobe.com/kr/products/illustrator.html)를 사용하여 작성하였다. 해당 표본은 현재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 보관되어 있다(표본번호: KNUH-001; Korea National University of Heritage).
4. 분류학적 기재
Testudines Batsch, 1788
Cryptodira Cope, 1868
Pan-Trionychidae Joyce et al., 2004
Pan-Trionychinae Georgalis and Joyce, 2017
Pelodiscus Fitzinger, 1835
Pelodiscus cf. P. gracilia Yeh, 1963
(그림 3–4)
표본: 부분 배갑; KNUH-001.
Photograph and line drawing of the left anterior region of the carapace of Pelodiscus cf. P. gracilia (KNUH-001), shown in dorsal view.
Carapace reconstruction of Pelodiscus cf. P. gracilia, highlighting the portion preserved in KNUH-001. The reconstructed areas are based on IVPP V1038 (Yeh, 1963).
기재: KNUH-001은 항판(nuchal) 일부와 왼쪽 1–2번 측갑판(costal)의 일부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들은 서로 연결(articulated)된 상태이다(그림 3). 보존된 부위의 최대 너비는 53mm, 최대 길이는 74mm이다. 이 측정값과 표본에 남아 있는 가장자리의 형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전체적인 외형을 추정해보면 최대 너비 약 171mm, 최대 길이 약 195 mm의 배갑을 가진 개체였을 것으로 추정된다(그림 4). 항판은 오른쪽 전체와 왼쪽의 내면(medial) 일부가 훼손되어 있다. 거북류의 항판은 좌우대칭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활용하여 남은 부위로 전체 형태를 유추해 볼 때, 넓이가 길이에 비해 극단적으로 긴 반타원형의 납작한 형태였을 것으로 보인다(그림 4). 전측면(anterolateral) 가장자리는 표면이 매끄러워 이 부위와 결합하는 측판이 존재하지 않았음을 나타낸다(그림 3). 측갑판은 측면의 대부분과 내면의 일부가 훼손되어 있다. 1번 측갑판은 측면에 가까워질수록 전면 가장자리와 후면 가장자리 사이의 간격이 점차 넓어진다. 2번 측갑판 역시 비슷한 특징을 보이나 그 정도는 1번 측갑판에 비해 간격이 덜 넓어진다. 표본의 표면에는 인갑 고랑(scute sulci)의 흔적이 남아있지 않으며, 항판의 전측면 일부를 제외한 전체 표면에 구멍과 홈으로 이루어진 장식이 분포한다. 표면 장식을 구성하는 구멍과 홈들은 내면에서 측면으로 갈수록, 복잡한 그물(vermiculate) 형태에서 비교적 단순한 세로 방향의 능선(longitudinal ridge) 형태로 변화하는 경향을 보인다(그림 5a).
Comparison of shell sculpturing on external surface of the carapace between two species of Pelodiscus. (a) Pelodiscus cf. P. gracilia (KNUH-001). (b) Pelodiscus sinensis (specimen from a private collection). Not to scale.
비고: 보존된 부위를 바탕으로 추정한 전체 배갑의 최대 길이 대비 너비 비율은 일반적인 성체 자라에서 관찰되는 범위의 골화(ossification) 정도와 일치하므로, 본 개체는 성체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신생대 아시아에 생존했던 자라 중에서 KNUH-001와 형태적으로 가장 유사한 종은 중국의 플라이오세(Pliocene) 유세분지(Yushe Basin)에서 보고된 Pelodiscus gracilia이다(Yeh, 1963; Georgalis and Joyce, 2017). 이 종의 완모식 표본(holotype) IVPP V1038은 배갑의 대부분이 온전히 보존되어 있으며, 그 크기는 KNUH- 001의 완전한 개체로서의 추정치와 비슷하다(Yeh, 1963). 또한, 이 표본 역시 넓이 대 길이의 비율이 약 5:1 정도로 매우 납작한 반타원형의 항판을 지니고 있으며, 내면에서 측면으로 갈수록 복잡한 그물 형태에서 단순한 세로 능선 형태로 변화하는 갑표면 장식, 그리고 전면과 후면 가장자리 사이의 간격이 측면으로 갈수록 넓어지는 1번 측갑판을 지니고 있다(Yeh, 1963). 이 중에서 약 20 cm에 해당하는 비교적 짧은 길이의 배갑과 극단적으로 납작한 반타원형의 항판은 Pelodiscus 속의 대표적인 특징들이다(Georgalis and Joyce, 2017; Massonne et al., 2023). 그리고 후자의 두 특징들은 P. gracilia를 동속(同屬)의 기타 종들과 뚜렷이 구분 짓는 기준이다(Yeh, 1963). 다른 Pelodiscus 종들은 P. gracilia과 달리 복잡한 그물 형태의 표면 장식이 갑 전체에 산재한다는 특징(그림 5b)과 1번 측갑판의 두 가장자리 사이의 간격이 측면으로 갈수록 좁아진다는 특징을 지닌다(저자 직접 관찰). 다만, KNUH-001은 IVPP V1038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존 상태가 열악하며, 두 표본의 생존 시기 사이에는 약 1,000만 년에 가까운 시간적 간극이 존재한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KNUH-001을 P. gracilia로 확정적으로 분류하는 데에는 신중함이 요구된다.
5. 토 의
5.1. 도곡동층의 Amyda sp.와의 연관성
학전층과 같은 중부 마이오세 퇴적층인 도곡동층에서 산출된 자라의 배갑화석 SNUP 87-255–257과의 비교는 해당 표본들의 열악한 보존상태로 인해 매우 제한적이다. 이 표본들은 두 점의 측갑판과 한 점의 신경판(neural)이라는 것 정도만을 파악할 수 있을 뿐, 세부 부위의 식별은 어렵다(Kim and Choi, 1988). 따라서 KNUH-001과 겹치는 부위가 존재하는지 또한 알 수 없다. 그러나 갑표면 장식구조는 세부 부위에 따른 변이 없이 갑 전체에 균일하게 나타나는 형질이므로 두 표본 간의 구체적인 비교가 가능하다. SNUP 87-255–257의 갑표면 장식 역시 KNUH-001과 마찬가지로 내면(medial)에서 측면으로 갈수록 복잡한 그물(vermiculate) 형태에서 단순한 세로 방향의 능선(longitudinal ridge) 형태로 변하는 구조를 보이고 있다(Kim and Choi, 1988). 따라서 두 표본은 같은 종에 속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Kim and Choi (1988)는 SNUP 87-255–257을 분류하는데 갑표면 장식구조를 활용하였다. 이들은 중국의 플라이오세(Pliocene) 유세분지(Yushe Basin)에서 보고된 Amyda gracilia와 북미의 상부 팔레오세(Upper Paleocene) 아퀴아층(Aquia Formation)에서 보고된 Amyda virginiana의 갑표면 장식구조에서 동일한 특징이 나타난다는 것을 근거로 SNUP 87-255–257이 Amyda 속에 속한다고 보았다. 더 나아가, A. gracilia는 그물 장식이 더 복잡한 형태를 띠고 A. virginiana는 세로 능선 장식이 보다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다는 미세한 차이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에 따라 SNUP 87-255–257이 이들과는 다른 종에 속할 가능성을 제시하였으나, 열악한 보존상태로 인해 신종의 근거가 될만한 추가적인 특징은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여 이 표본들을 Amyda sp.로 분류하였다. 그러나 SNUP 87-255–257을 분류하는데 참고가 된 두 종은 이후의 연구들을 통해 Amyda 속에서 제외되었다. A. virginiana는 완모식 표본의 불완전성으로 인해 의문명(nomen dubium)으로 처리되었으며, A. gracilia는 Amyda 속의 종들보다는 Pelodiscus 속의 Pelodiscus sinensis와 더욱 가까운 특징을 가진다는 것이 확인되어 P. gracilia로 재분류되었다(Vitek and Joyce, 2015; Georgalis and Joyce, 2017). 또한, 전자는 SNUP 87-255–257과 시기적, 지리적 분포 차이가 커서 적절한 비교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둘 사이에 나타나는 갑표면 장식구조의 유사성은 수렴진화(convergent evolution)의 결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에 반해 같은 신진기의 동아시아에 분포했다는 점에서 후자와의 비교는 여전히 유효하다. 나아가 Kim and Choi (1988)에서 언급된 SNUP 87-255–257과 P. gracilia 간에 나타나는 갑표면 장식구조의 미세한 차이는 종간변이(interspecific variation)보다는 종내변이(intraspecific variation)에 더 가까운 것으로 여겨진다(Gardner and Russell, 1994). 다만 앞서 언급했듯이, SNUP 87-255–257의 보존 상태는 갑표면 장식구조를 제외한 기타 특징들을 확인하기 어려울 만큼 열악하므로 이들을 확정적으로 Pelodiscus 속 및 P. gracilia로 분류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이에 따라 본 논문에서는 SNUP 87-255–257을 cf. Pelodiscus gracilia로 재분류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한다.
5.2. Pelodiscus 속의 기원
Pelodiscus 속은 동아시아의 자생분류군(indigenous taxon)으로, 현재까지 총 9종이 보고되어 있다(Gong et al., 2022; Hou et al., 2022)(그림 6). 이중 P. gracilia만이 유일한 화석종이며 플라이오세 퇴적층에서 산출된 이 종의 완모식 표본 IVPP V1038은 가장 오래된 Pelodiscus 속의 기록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하부 퇴적층인 중부 마이오세 학전층에서 새로운 표본(KNUH-001)이 산출됨에 따라, 본 속이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더 이전의 시기부터 동아시아에 생존했음이 밝혀지게 되었다. 이러한 발견은 선행 분자생물학 연구에서 제시된 결과와도 잘 부합한다. 미토콘드리아와 핵 DNA 등을 활용한 분자시계로 현생 자라 분류군들의 계통발생을 분석한 연구들은 공통적으로 현생 Pelodiscus 종들의 분화가 시작된 시점을 전기–중기 마이오세로 추정하였으며, 이는 Pelodiscus 속이 이미 이 시점에 존속하고 있었음을 시사한다(Le et al., 2014; Chen et al., 2025). 따라서 Pelodiscus 속의 존속시기를 중기 마이오세, 혹은 그 이전까지 앞당긴 KNUH-001은 해당 가설을 지지하는 명확한 화석 증거로 간주될 수 있다. 나아가, 현생종들 간에는 갑의 골격학적 형질 차이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 반면, KNUH-001은 이들과 뚜렷이 구별되는 형질을 일부 지니고 있다(Yeh, 1963; Chkhikvadze, 1987; Farkas et al., 2019). 이는 본 표본이 Pelodiscus 속 내에서 원시적인 계통발생 단계에 위치했음을 드러내며, 분자생물학 연구들에서 암시된 전기–중기 마이오세 무렵 생존했을 현생 종들의 가장 최근 공통조상과 계통적으로 가까웠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Maps showing the geographic distribution of Pelodiscus, respectively. (a) Fossil records from the Miocene-Pliocene. The dark gray area represents the paleogeographic map of that period (modified from Collins et al., 2018; Steinthorsdottir et al., 2020). (b) Present-day occurrence points (modified from Farkas et al., 2019).
앞서 언급한 분자시계 연구들은 Pelodiscus axenaria가 중기 마이오세에 가장 먼저 공통조상으로부터 분기했고, 이후 플라이오세–플라이스토세(Pleistocene)에 이르러 남은 집단에서 Pelodiscus maackii와 P. sinensis의 분기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하였다(Le et al., 2014; Chen et al., 2025). 그러나 이 가설을 뒷받침할 수 있는 Pelodiscus 속의 추가적인 화석기록은 현재까지는 동아시아의 신진기 및 제4기의 퇴적층에서 확인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본 속이 어떤 종분화 및 지리적 확산 과정을 거쳐 현재의 분포양상을 갖추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확실한 점이 많다. 다만, Pelodiscus 속의 가장 오래된 두 화석 기록이 대륙 주변부인 한반도의 연일층군과 내륙 깊은 곳에 위치한 중국의 유세분지에서 산출되었다는 사실은, 본 속이 분화 초기 단계부터 동아시아 전역으로 광범위하게 퍼져나갔음을 시사한다(그림 6a). 이러한 확산은 당시 전 지구적으로 기온이 상승했던 고기후 환경과 더불어, 황해와 동해가 아직 완전히 형성되지 않아 뚜렷한 생물지리적 장벽(biogeographic barrier)이 존재하지 않았던 고지리 환경에 의해 촉진되었을 가능성이 크다(Le et al., 2014).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각지의 환경에 적응한 채 다양하게 분화하여 현재와 같이 넓은 분포를 가지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그림 6b).
5.3. KNUH-001의 화석화과정(Taphonomy)
현생 자라는 주로 호수, 하천, 연못 등 담수 환경에서 서식한다. 자라 분류군들의 전반적인 형태는 전기 백악기 이후 현재까지 큰 변화 없이 유지되어 왔고, 화석 기록 또한 대부분 육성퇴적층에서 산출된다는 점에서, 화석종들 또한 담수환경을 주 서식지로 삼았을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Brinkman et al., 2017). 따라서 KNUH-001이 해성퇴적층인 학전층에서 산출된 사실은 다양한 해석을 가능케 한다. 첫 번째는 본 표본이 이지성(allochthonous) 화석으로서, 담수 환경에 서식하던 개체가 죽은 후 해양으로 유입되었다는 것이다. Koh (2006)는 학전층과 두호층에서 산출된 규질 포낭류(Chrysophycean cysts) 화석이 담수 및 반염수 환경에서 산출되는 스토마토시스트류(Stomatocysts)와 형태적으로 매우 유사함을 근거로, 해당 퇴적층의 형성에 담수 유입이 영향을 미쳤음을 제시하였다. 이후 두호층에서는 강돌고래와 육상식물의 화석이 보고되며 이 해석을 뒷받침하기도 하였다(Lee et al., 2012; Kim et al., 2017). 이러한 고생물학적 근거들은 KNUH-001의 산출 또한 담수 유입에 따른 결과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두 번째 해석은 본 표본이 해양까지 이동한 개체가 죽은 후 그 위치에 그대로 보존된 자생성(autochthonous) 화석일 가능성이다. 현생 자라는 염분에 대한 내성이 있어 염도가 높은 환경에서도 생존 가능하며, 일부 종들은 담수계와 연결된 연안역까지 유영하여 도달하기도 한다(Taskavak et al., 1999; Lee et al., 2006). 화석기록에서 또한 자라가 해성퇴적층에서 발견된 사례들이 일부 존재하기에 과거에도 이와 유사한 생태적 특성을 가진 종들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Head et al., 1999).
우선 KNUH-001의 보존 상태를 살펴보면, 갑표면의 장식구조가 뚜렷이 관찰될 만큼 마모와 풍화의 정도가 약하다(그림 5a). 또한, 갑의 상당 부위가 손실되어 있지만, 남아있는 부위들은 모두 원래의 연결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그림 3). 골격 표면의 극심한 마모와 풍화, 그리고 부위 간의 분절(disarticulation)은 오랫동안 먼 거리를 이동한 화석에서 흔히 관찰되는 특징이다. 따라서 본 표본의 보존 양상은 담수 기원의 이지성 화석일 가능성을 낮추는 근거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이 표본을 자생성 화석으로 간주하기 어려운 근거 또한 명확히 존재한다. 해양 환경에서의 유영은 광범위한 수역 및 해류의 흐름 등 담수와는 다른 물리적 변수를 수반하는데 거북류의 신체 구조상, 크기가 작을수록 이러한 변수들에 대응하기 어렵다. 실제로 해양성 거북들은 담수성 거북들에 비해 현저히 큰 체격을 갖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자라 종들 사이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난다(Depecker et al., 2006). 해양성 환경에 진출하여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대표적인 현생종 Rafetus swinhoei 및 Trionyx triunguis는 배갑 길이가 50cm를 초과하는 대형종이며, 순수한 담수성 자라 종들은 이와 같은 크기에 도달하지 못한다(Taskavak et al., 1999; Le et al., 2014). 또한, 해성층인 중부 에오세 드라진다층(Drazinda Formation)에서 보고된 화석종 Drazinderetes tethyensis 역시 배갑 길이가 약 80cm에 달하는 대형종이다(Head et al., 1999). 반면, KNUH-001은 배갑 길이 추정치가 약 20cm로, 자라 중에서도 소형에 해당한다. 나아가 해양으로 유영하는 현생 자라의 사례를 보면, 대부분 수심 40 m 이하의 얕은 연안역에서 활동하며, 심해역으로 진출하는 경우는 드물다(Taskavak et al., 1999). 그러나 KNUH-001가 산출된 학전층 내 이암층준은 비교적 수심이 깊은 해역에서 퇴적된 것으로 해석된다(Kim and Lee, 2011).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본 개체가 자생적으로 해당 퇴적환경까지 이동하여 죽은 후 그 위치에 보존되었을 가능성은 낮다.
본 연구에서는 두 해석을 절충하되, 전자에 보다 무게를 두어 KNUH-001은 비교적 짧은 거리와 시간 동안 이동 후 매몰된 단거리 이지성(short-distance allochthonous) 화석일것으로 판단한다. 즉, KNUH-001에 해당하는 개체가 죽은 후 이동을 시작한 곳은 학전층이 퇴적된 해역과 매우 인접한 지역이었을 것이다. KNUH-001과 유사하게, 최대 배갑길이가 25cm를 넘지않는 소형의 현생 근연종 P. sinensis의 일부 개체군들은 해안가 인근의 수계에 분포한다(Farkas et al., 2019). 그리고 이들은 해역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수량이 많고 에너지가 강한 중심하도(river channel)보다는 주변부의 염습지(salt swamp and marsh)와 같은 수량이 적고 유속이 느린 기수 환경(brackish environments)을 서식지로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Lee et al., 2006). 그 이유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물리적 변수가 적고 안정적인 환경일수록 소형종의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안가 근처에 분포했던 Pelodiscus cf. P. gracilia의 개체군들 역시 유사한 생태적 특성을 지녔을 가능성이 높으며, KNUH-001은 학전층이 퇴적된 해역 근처의 안정적인 기수 환경에서 서식하다 죽은 개체였을 것으로 추정된다(그림 7).
한편, 이와 같은 환경은 일반적으로 에너지가 낮아 죽은 개체의 사체가 다른 장소로 쉽게 이동되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따라서 KNUH-001이 최종 퇴적지인 해역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고에너지를 수반한 일종의 사건이 발생했어야 한다. 홍수 및 폭우와 같은 자연재해성 사건은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며, 사체를 원래의 서식지에서 상당한 거리를 이동시킬수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학전층 내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되는 사암 및 사질역암층의 발달은 이 퇴적층이 주기적인 고에너지 사건의 영향을 받았음을 보여주기 때문에 이러한 추론의 근거가 된다(그림 2). 다만, 이 화석이 산출된 지점은 저에너지 퇴적상에 해당하는 이암층준이며 고에너지 퇴적상은 해당 층준의 상부와 하부에 분포하고 있다. 이를 고려할 때, 사체의 운반은 고에너지 사건에 의해 이루어졌지만, 최종적인 매몰과 보존은 에너지가 약화된 이후의 정지성 환경에서 발생한 것으로 해석된다.
6. 결 론
경상북도 포항시의 중부 마이오세 학전층에서 산출된 자라의 배갑화석 KNUH-001은 항판과 측갑판의 형태, 갑표면 장식구조 등의 특징을 기반으로 Pelodiscus cf. P. gracilia로 분류하였다. 본 표본은 Pelodiscus 속의 가장 오래된 기록에 해당되며 그에 따라, Pelodiscus 속의 기원은 이전의 화석기록이 제시한 것보다 더 오래전인 전기–중기 마이오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러한 발견은 분자생물학 연구에서 제시했던 Pelodiscus 속의 기원에 대한 가설과 부합될 뿐 아니라 본 표본이 현생 Pelodiscus 종들의 가장 최근 공통조상과 계통적으로 근연관계에 위치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따라서 KNUH-001은 비록 파편이지만 Pelodiscus 속의 진화사 연구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표본이다.
담수 환경을 주 서식지로 하는 자라의 화석이 해성층에서 산출된 것은 해당 개체의 생태적 특성과 화석화에 이르는 과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화석의 보존도와 현생 자라들의 생태적 특성을 고려한 결과, 이 개체는 현생 근연종인 P. sinensis와 마찬가지로 해역 인근의 저에너지 기수 환경에서 서식하다 죽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 홍수 및 폭우와 같은 일시적으로 고에너지를 수반하는 물의 이동으로 인해 퇴적지점까지 빠르게 운반된 것으로 여겨진다.
Acknowledgments
현생 자라의 생태에 대한 정보와 골격표본을 제공하여 연구에 많은 도움을 주신 나승구 선생님과 이태원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본 논문을 개선하도록 도움을 주신 익명의 심사위원님 두 분과 편집위원님, 편집위원장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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